최근 부품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과 애플의 가격 정책이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은 '가격 인상', 애플은 '가격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매출 중심의 삼성은 부품 단가 인상을 버티기가 어려운 반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매출 비중이 큰 애플은 가격 동결 여력이 있다는 겁니다.
애플은 오는 30일 작년 4분기(2025년 10월~12월,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메모리 등 부품 단가 인상으로 인한 아이폰 가격 정책이 언급될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만 경제일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차기 신제품인 아이폰18 프로에 적용할 'A20' 칩셋 단가는 개당 약 280달러(약 40만원)에 근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전작(A19) 대비 약 70% 이상 오른 것으로, 아이폰16에 들어간 A18(약 50달러)과 비교해도 6배 정도 증가한 수치입니다. 애플이 부품 가격 상승을 아이폰에 전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가격 동결'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IT 매체 맥루머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18의 가격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궈밍치는 "애플은 가격 인상을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이후 서비스 부문에서 이를 만회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1092억달러)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작년 아이폰 판매 매출(2096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해당합니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아이폰, 맥, 애플워치 등에서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입니다. 애플은 자체 운영체제(OS)와 생태계를 구축해 서비스 부문에서 꾸준한 매출 증가를 이끌어냈습니다. 류종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겸임교수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올리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서비스 부문 매출도 덩달아 오를 수 있어 가격 동결이 유리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단말기 판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자 OS 없이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매출이 일어나더라도 구글이 독식하는 구조입니다. 부품 단가가 오르는데 가격을 동결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부품 가격이 올라가도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울트라 모델을 제외하면, 2022년 갤럭시S22 출시 이후 4년째 전 모델 가격을 동결시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막대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장 방어를 위해 가격 동결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도 놓여 있습니다. 다음 달 공개 예정인 갤럭시S26 가격 책정을 두고 삼성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매출의 고른 성장을 이룬 애플은 부품 가격 급등이라는 리스크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로 다가온 반면, 하드웨어 매출 쏠림이 심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