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HBM 시장에서의 주도적 지위를 재확인했다. 회사는 HBM 경쟁과 관련해 "단순히 기술을 앞서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축적한 양산 경험과 고객 신뢰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뉴스1

SK하이닉스는 29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은 기술뿐 아니라 양산성과 품질, 공급 이행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제품"이라며 "HBM4 역시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으며, 고객이 요구한 물량에 대해서는 이미 양산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기존 1b 나노 공정 기반 제품에서도 고객 요구 성능을 충족하고 있으며, 자사의 패키징 기술 경쟁력이 HBM4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측면의 제약도 언급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생산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지만, HBM 수요를 100% 충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은 불가피하지만, 성능·양산성·품질을 기반으로 한 당사의 리더십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량 확대와 관련해서는 "공간 제약이 존재해 선단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전반의 수급 상황도 타이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고객 재고 수준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서버 고객은 물량이 확보되면 바로 세트 빌드에 투입돼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서버 D램을 중심으로 고객 재고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며 "낸드 역시 서비스 고객을 중심으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어 D램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사업에 대해서는 AI 추론 중심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는 과거 단순 저장장치를 넘어 AI 연산 흐름을 직접 지원하는 스토리지 솔루션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GPU·CPU 메모리만으로는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워 캐시 업 기술과 고속 입출력을 지원하는 고성능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서버 아키텍처 변화에 대응해 초고성능·고용량 SSD와 차세대 스토리지를 준비 중이며,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공급 전략과 관련해서는 "1분기 D램 공급은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낸드 공급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AI서버와 일반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나 생산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유지된다. 당분간 수급환경이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하이닉스는 생산량 극대화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중장기 AI 생태계 대응을 위한 투자 전략도 공개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 미국에 AI 투자 법인 'AI Co'를 설립했다"며 "향후 AI 관련 미래 기술과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회사의 현금 창출력 대비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메모리 단품 공급을 넘어 풀스택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국 관세 및 현지 공장 건설과 관련한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은 대내외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양국 정부 간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해외 팹 건설 여부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정책 환경과 협의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