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분기·연간 매출을 기록했지만, 모바일·TV·가전 등 '반도체 외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결과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지만,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의 합산 실적도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간 매출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33.2% 증가하면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8% 증가한 93조8374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9.2% 증가한 20조737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선 첫 사례다.
◇ '반도체 실적 쏠림' 심화… TV·가전, 6000억원 규모 분기 적자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중 DS(반도체)부문이 담당한 비중은 약 81.5%에 달한다. 매출 비중 역시 46.9%로 '반도체 실적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이 기간 DS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한 약 44조원, 영업이익은 13.5% 증가한 1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과 네트워크 사업 부문의 합산 매출은 2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선 14%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6% 줄었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TV·가전 사업 부문은 작년에 2000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직전 분기 대비 6% 증가했으나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 사업 부문은 작년 3분기에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서 분기 적자가 나온 건 2023년 4분기(500억원 영업손실) 이후 처음이다. 작년 4분기에는 이보다 규모가 커진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TV와 가전 사업의 실적을 합산해 공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TV 사업 부문은 흑자를 올리고 있으나, 가전 사업 부문이 부진하며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회사 측은 "TV 사업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의 견조한 판매와 성수기 수요 대응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확대됐다"면서도 "가전은 계절적 비수기가 지속되고 글로벌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 메모리 대란에 시장 불확실성 확대
올해 스마트폰·TV·가전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과 PC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부품가 인하 압박 가능성이 있다"며 "제품 가격 인상 및 메모리 채용량 축소로 인한 출하량 위축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선 "올해 매출은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출하량은 동등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급 등 업계 상황이 급변하는 중으로 시장 전망치 조정 여지가 있다"고 했다.
TV 사업 역시 불확실성 증가로 수요 정체를 전망했다. 회사 측은 "올 1분기 TV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유사한 수준으로 수요 정체가 예상된다"며 "연말 성수기 이후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했으며, 수요 감소와 더불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해 출하량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8%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작년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평균 45~50% 급등한 데 이어, 올 1분기엔 55~6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올 2분기까지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40% 올라 완제품 제조 원가가 8~10%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