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에 이용자를 대신해 정보를 찾아주고 클릭까지 해주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능을 추가하면서 AI 웹브라우저 시장 전쟁에 참전했다.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주요 AI 기업들이 잇따라 AI 웹브라우저를 출시하면서 크롬의 아성에 도전하자, 구글이 AI 모델 '제미나이'를 크롬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 이용자들의 검색 습관이 포털의 검색창에서 AI 챗봇이나 웹브라우저로 이동하면서 AI 웹브라우저 경쟁이 시장 판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크롬 안에서 AI가 검색·예약·결제까지
구글은 28일(현지시각) 자사 최첨단 AI 모델 '제미나이 3'의 다양한 기능을 크롬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자동 탐색(auto browse)'은 이용자가 프롬프트(지시)를 입력하면 제미나이 기반 AI 에이전트(AI 비서)가 요청한 작업을 웹 전반에서 대신 수행해주는 기능이다.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확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AI가 대신 처리해준다. 이용자는 크롬을 벗어나지 않고 쇼핑, 일정 예약, 견적서 요청, 청구서 납부 확인, 구독 관리, 정보 수집, 온라인 양식 작성 등의 작업을 AI에 맡길 수 있다.
구글은 자동 탐색 기능을 우선 미국 내 'AI 프리미엄'과 '울트라' 요금제 가입자에게 우선 제공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적용 국가와 언어를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크롬에서도 제미나이 챗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브라우저 오른쪽에 별도의 공간인 '사이드 패널'을 마련했다. 이용자는 웹 서핑 중 새 탭을 열거나 화면을 닫을 필요 없이 제미나이 챗봇을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보고서 작성을 위해 정보 조사를 하다가 제미나이 채팅창에 여러 탭에 흩어진 정보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구글은 "크롬 화면 측면(사이드 패널)에 제미나이 챗봇을 넣은 디자인은 이용자의 작업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도 크롬에 통합했다. 그동안은 웹 서핑 중 발견한 이미지를 다운로드한 후 포토샵 등 편집 도구를 열고, 이미지를 업로드한 뒤에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었다. 바뀐 크롬에서는 이미지를 따로 저장하거나 새 탭을 열 필요 없이 사이드 패널의 제미나이 챗봇에 원하는 수정사항을 입력하면 '나노 바나나'가 현재 창에서 보고 있는 이미지를 변환해준다.
지메일이나 구글 달력 등 연계 앱들도 지원한다.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항공권을 예약해야 할 경우 크롬에 내장된 제미나이가 행사 일정을 찾아내고 비용에 맞춘 항공권을 추천한 뒤 동료들에게 도착 시간을 알리는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해준다.
제미나이가 지메일을 포함해 포토·독스·드라이브·지도 등 구글 앱을 넘나들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취합해 제공하는 기능인 '퍼스널 인텔리전스'도 적용했다. 파리사 타브리즈 구글 크롬 부문 부사장은 "앞으로 몇 개월 안에는 퍼스널 인텔리전스를 통해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응답 기능도 강화될 것"이라며 "제미나이를 통합한 크롬은 다양한 작업을 이전보다 쉽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 비서와 같다"고 말했다.
◇ 구글 '범용 비서' 실험 첫 단계
검색과 웹브라우저는 인터넷 접속의 첫 관문이자 이용자가 AI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통로인 만큼, 구글이 크롬의 AI 기능을 고도화해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해온 '범용 비서(universal assistant)' 비전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허사비스 CEO는 범용 비서를 "이용자를 대신해 계획을 세우고 수행할 수 있는 도우미"로 정의했는데, 이를 접근성이 높은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가장 먼저 적용한 뒤 확장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별로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구글 크롬의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60~70%로, 2위인 사파리의 점유율 14~19%를 크게 앞서고 있다. 크롬 이용자만 3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전통적인 포털 검색창보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검색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구글도 이런 변화에 대응해 크롬과 제미나이의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의 경우 최근 챗GPT를 검색 목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50%를 돌파했다. 반면 국내 대표 검색 플랫폼인 네이버의 검색 이용률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 검색 목적을 위한 챗GPT의 최근 3개월 내 이용률은 지난해 3월 39.6%에서 같은 해 12월 54.5%로 상승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역시 같은 기간 9.5%에서 28.9%로 높아졌다. 반면 네이버는 같은 기간 85.3%에서 81.6%로 하락했으며, 유튜브도 78.5%에서 72.3%로 떨어졌다.
구글까지 참전하면서 AI 웹브라우저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오픈AI는 챗GPT를 적용한 웹브라우저 '아틀라스'를 지난해 10월 선보였고, 퍼플렉시티는 웹브라우저 '코멧'을 지난해 7월 출시했다. 코멧과 아틀라스 모두 구글이 개발해 개방형(오픈소스)으로 공개한 '크로미엄' 엔진 기반 앱이다. 구글이 경쟁사에 비해 AI 웹 브라우저 출시가 늦은 데는 미국 정부의 반독점 제재에 따른 '크롬 매각' 리스크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야 해소된 영향이 크다.
크롬의 독점적 지위에도 경쟁사들이 AI 웹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자체 웹브라우저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막대한 데이터 때문이다. 이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부터 방문 이력, 사용 패턴 등 온라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고, 이런 개인 맞춤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범용 비서' 실현도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당장은 점유율이 낮아도 기업들이 웹브라우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