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규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주가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프랑스와 말레이시아, 북유럽 국가들까지 연령 제한을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15억명의 거대 시장 인도에서도 호주식 금지 모델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성장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 호주발 'SNS 금지령' 전 세계로 확산… "16세 미만 차단"
28일 인도 매체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인도 서부 고아주(州)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한 카운테 고아주 정보기술(IT) 장관은 "호주가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고, 우리도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유사한 금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역시 호주 사례를 참고해 미성년자의 SNS 접근 제한을 검토하고 있으며, 나라 로케시 주 IT·교육부 장관은 이달 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도 내 사법부의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드라스 고등법원은 연방정부에 호주식 청소년 SNS 규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인터넷 거버넌스가 연방법 소관이라는 점에서 주 정부 차원의 전면 금지가 가능한지를 두고는 법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 추산 인터넷 이용자가 10억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청소년 규제 논의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흐름의 출발점은 호주다. 호주는 2024년 11월 의회를 통과한 '온라인 안전 개정법(Social Media Minimum Age)'에 따라 2025년 12월부터 만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예외를 두지 않았고, 이를 위반한 플랫폼에는 최대 5000만호주달러(약 4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시행 과정에서 메타와 틱톡 등은 대규모 계정 비활성화에 나섰고, 연령 확인의 기술적 한계와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유럽에서도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만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중학교 이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알고리즘 중독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기존 13세 기준을 15~16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14세 미만 어린이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1월부터 16세 미만의 SNS 사용 금지와 함께 계정 개설 시 실명 기반 전자신원확인(eKYC)을 의무화했다.
각국이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와 중독적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숏폼 콘텐츠와 무한 스크롤 구조가 전두엽 발달을 저해하고, 사이버 불링과 신체 이미지 왜곡, 우울증을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플랫폼의 자율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확산된 것이다.
이 같은 규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청소년은 체류 시간이 길고 반응성이 높은 핵심 이용자층으로, 광고주들이 가장 공을 들여온 미래 소비자 집단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단기 이용자 수 감소를 넘어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과 광고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틱톡과 스냅챗처럼 청소년 비중이 높은 플랫폼일수록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는 호주의 규제 시행 직후 수십만 개의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고, 틱톡은 안면 인식 기반 연령 검증 시스템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튜브 역시 교육적 목적을 이유로 규제 제외를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부모가 쇼츠 시청 시간을 하루 '0분'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 기능을 도입하며, 전면 금지보다는 '연령에 맞는 경험 설계'라는 대안을 강조하고 있다.
◇ 한국은 전면 금지 대신 '정밀 규제'
한국의 대응은 다소 결이 다르다. 오는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SNS 자체를 연령 기준으로 전면 금지하는 방향에는 신중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청소년 대상 게임 셧다운제가 부모 명의 도용과 VPN(가상사설망) 우회 등으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경험이 학습 효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16세 미만 전면 금지보다는 부모 통제권 강화와 알고리즘 책임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중독적 추천 알고리즘을 기본 비활성화하고, 부모가 시청 시간과 콘텐츠 노출을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면 금지가 오히려 청소년을 규제되지 않은 해외 플랫폼이나 음성적 공간으로 밀어내 '풍선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은 보호 대상자면서 기본권 향유자이기도 하다"며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 필요성에는 업계도 공감하지만, 국가별로 기준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면 금지 방식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연령 검증과 계정 관리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