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4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데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로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 행보를 끊어낸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한 25조810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5170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작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조8711억원(이익률 19%)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감소한 7조200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1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LG디스플레이는 작년 2분기(1160억원 영업손실)를 제외하고 모든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3957억원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900억원대의 희망퇴직과 관련한 비용과 4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격려금 등이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며 "저수익 제품 축소, 재고 건전화 등 사업 및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인 비용 요인의 전체 규모는 3000억원 후반 수준"이라며 "이를 제외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5000억원 중반 규모"라고 덧붙였다.
◇ LCD 사업 축소하고 OLED 집중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을 이룬 LG디스플레이는 201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현지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적자 늪에 빠졌다. 이 기간 회사가 기록한 누적 적자 규모는 5조2383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가 이런 흐름을 끊어낼 수 있었던 건 사업 구조를 LCD에서 수익성이 높은 OLED로 전환하는 동시에 강도 높은 원가 개선 작업을 진행한 덕분이다. '운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진행해 2024년 손실 규모를 전년 대비 2조원 축소하고, 작년에 다시 1조원 정도 개선을 이뤘다.
매출 내 OLED 비중은 2020년 32%에서 2022년 40%, 2024년 55%로 순차 높아졌다. 작년 4월 대형 LCD 사업을 종료하면서 이 비중이 61%로 확대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면적당 판가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9% 상승한 1297달러(약 184만5200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특히 모바일 OLED 패널 사업 부문의 성과가 흑자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 17 시리즈 중 일반·에어·프로맥스 모델에 패널을 공급 중이라고 본다. 회사 측은 "작년 7000만대 중후반대의 스마트폰 OLED 패널을 출하하며 당초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인공지능 전환(AX)을 기반으로 기술·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경영 운영 효율화를 강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CAPEX)도 확대한다. 김 CFO는 "작년 설비투자 규모는 1조원 중반대 수준으로 마무리됐다"며 "올해에는 이보다 증가한 2조원대의 설비투자 집행을 예상한다"고 했다.
◇ "올해 사업 개선 더 두드러질 것"… '메모리 대란' 변수
LG디스플레이가 집중하고 있는 OLED 시장은 올해 완만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세계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6.1%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3월)·북중미 월드컵(6월)·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9월) 등 '4대 국제 스포츠 대회'가 모두 열려 OLED TV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V용 OLED 패널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작년 매출 기준 LG디스플레이가 81%를 점유했고 삼성디스플레이가 19%를 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연간 매출 26조9362억원, 영업이익 1조3172억원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이루리라고 전망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OLED 사업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높아질 전망이고, 모바일 패널에선 고객사의 판매 전략 변화에 따라 폴더블 모델이 추가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급형 패널 물량이 연간 5% 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TV·모니터 등 대형 OLED 출하도 전년 대비 1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부터는 장기간 이어진 상반기 적자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고수익성 모바일 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상저하고'가 반복돼 왔는데, 올해 상반기부터는 LCD TV 사업 매각과 IT LCD 저수익 모델 단종의 효과가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요 패널 공급처인 IT 기기 시장이 현재 메모리 반도체 대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기영 LG디스플레이 비즈니스인텔리전스 담당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IT 기기 제작 비용이 높아지면서 고객사로부터 패널 가격 인하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사업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변동성이 커 관련 영향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양산에 돌입한 8.6세대 IT OLED 패널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안유신 LG디스플레이 중형기획관리 담당은 "충분한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부족하다"며 "수요에 영향을 주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8.6세대 IT OLED 패널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