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팬서레이크./인텔

인텔이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18A) 공정을 처음으로 적용해 제작한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인텔 반도체 제조 역량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높아져 향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은 2021년부터 종합반도체기업(IDM) 2.0이란 전략을 추진하며 설계 중심이었던 자사 반도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 과거 IDM으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노리는 미국 정부가 인텔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해당 전략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텔 CPU 신제품은 제조 역량 강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사례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시장 변화의 영향이 파운드리 1위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차세대 CPU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프로젝트명 '팬서레이크')를 탑재한 노트북이 순차 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팬서레이크의 벤치마크(하드웨어의 성능을 표준화된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수치화) 평가 결과도 공개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이날 해당 제품을 적용한 '갤럭시 북6 울트라'와 '갤럭시 북6 프로'를 국내에 출시하며 해당 CPU로 "전력 효율과 처리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했다.

IT 매체 더버지·와이어드 등은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중 상위 모델(X9 388H)의 성능을 측정한 결과(긱벤치 기준)를 공개하며 '합격점'을 줬다. "수년 만에 거둔 가장 큰 성공" "화려한 귀환" 등의 표현을 쓰며 인텔의 반등을 알리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팬서레이크는 순간 반응 속도를 나타내는 싱글 평가에서 3009점을 기록했다. 애플의 M5(4208점)보다는 낮지만, AMD의 스트릭스 헤일로(2986점)와 비교해 성능이 높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용량이 큰 일을 수행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멀티 점수는 17268점을 기록, M5(17948점)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내장 그래픽처리장치(iGPU) 평가에서는 56839점으로, M5(49059점)보다 높고 스트릭스 헤일로(80819점)보다 낮은 성능을 보였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팬서레이크를 18A 첫 제품이라고만 평가하기보다 향후 파운드리 고객에게 어필하려는 로드맵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공정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성능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공정의 비중이 5~8% 수준이었는데, 2029년에는 45~47%로 커질 것"이라며 "팬서레이크가 인텔의 첨단 공정 리더십 탈환의 '교두보 이상'의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현재 18A 공정에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기(High-NA EUV)를 사용하지 않고 높은 CPU 성능을 구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장비 대비 빛의 파장을 더욱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어 높은 해상도를 제공, 이를 기반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첨단 공정을 최적화한 셈이라 제조 노하우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은 이 장비를 사용해 업계 최초로 2027년에는 1.4나노(14A) 공정의 시험 생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보다 2년 정도, TSMC와 비교해도 6개월에서 1년가량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그간 문제로 지적된 18A 공정의 수율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미국 투자은행 키뱅크 캐피털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은 인텔의 18A 공정 수율이 60% 수준에 도달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조사업체 연구원은 "인텔의 1.8나노 공정은 80% 안팎의 수율을 달성한 TSMC보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 데다 각종 세제 혜택을 확보한 상태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