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끄는 존 터너스(John Ternus) 수석 부사장에게 디자인 조직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유력 후계자로서 실무 경험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쿡 CEO가 지난해 말 터너스 부사장을 디자인팀 총괄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터너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전반을 포괄하는 '총괄 책임자(Executive Sponsor)'로서 디자인 인력과 경영진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제품 콘셉트 단계에서 디자인 조직의 의사결정이 실제 제품 일정과 전략으로 연결되도록 조율하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애플에서 디자인 부문은 제품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과거 조니 아이브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이 조직을 이끌었고, 최근까지는 쿡 CEO의 후계 후보로 거론돼 온 제프 윌리엄스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실상 디자인 수장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가 터너스를 차기 CEO로 낙점하기 위한 '현장형 과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동시에 쥐면 신제품 방향, 사용자 경험, 출시 타이밍을 한 축에서 통합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애플은 조직 개편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내부 조직도와 공식 자료에는 디자인팀이 여전히 쿡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형태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내부에선 권한 배분을 조정하는 '조용한 승계 플랜'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올해 50세인 터너스는 애플 경영진 가운데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쿡 CEO와 이사회 신임이 두텁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애플 기기를 재설계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따른다. 최근 '아이폰 에어' 공개 등 주요 행사에서 쿡 CEO보다 더 비중 있게 등장하며 사실상 회사의 '얼굴'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에선 AI 기능 확산으로 폼팩터와 인터페이스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한 손에 쥔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내부에서는 사비 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차기 CEO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칸 COO는 과거 쿡 CEO가 담당했던 공급망 관리를 총괄해왔다. 다만 디자인까지 '손에 쥔' 터너스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블룸버그는 "터너스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넘어 제품 로드맵과 전략 전반에서 핵심 의사결정자로 부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