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인텔의 1.8나노미터(nm) 공정 수율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월가 분석이 나오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텔의 18A 공정 기반 첫 프로세서 인텔 코어 울트 시리즈3./인텔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키뱅크 캐피털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텔의 18A(1.8나노급) 공정 수율이 60%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의 추정 수율(약 8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2위인 삼성전자에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치라는 분석입니다.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로,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입니다.

키뱅크는 "인텔이 첨단 공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 사업자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과 저리 대출,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아리조나와 오하이오 등에서의 첨단 공정 팹 건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자급과 공급망 안보 강화 기조 속에서 인텔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국가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민간 투자 유치 역시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지원이 첨단 공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비용 부담을 완충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최근 인텔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가 인텔 지분을 확보하면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 신뢰도와 중장기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향후 첨단 공정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은 18A 공정 구축을 반등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올해 수율 개선을 통해 공급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6에서 "18A 타임라인을 초과 달성했다"고 밝히며, 올해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의 양산을 강조했습니다. 후속 공정인 14A 로드맵에 대해서도 주요 고객들이 시험에 착수했으며, 업계에서는 올해 말~내년 상반기 사이 본격적인 계약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인텔의 수율 개선 기대는 신규 수주 가능성과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인텔 18A 공정을 활용한 맞춤형 칩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키뱅크는 애플 역시 일부 저가형 칩에서 인텔 공정 활용을 검토하거나 시험 적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TSMC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의 공급망 전략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율을 둘러싼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2나노 공정 수율을 50~60%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양산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결함 없이 공정 안정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면 키뱅크를 위시한 일부 보수적인 분석에서는 여전히 수율을 40% 미만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다만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AI5·AI6) 물량을 수주하는 등 고객사 확대가 이어지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저점 통과 이후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이 1.8나노 공정에서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경우 '미국 내 생산'이라는 전략적 강점을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입지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과제와 함께, 인텔의 추격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경쟁이 단순한 기술 수율 싸움을 넘어 지정학과 정책, 고객 전략이 맞물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인텔의 수율 개선이 일시적 성과인지, 구조적인 전환의 신호인지는 향후 1~2년간의 실제 수주 성과가 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