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29일 나란히 작년 4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두 회사가 같은 날 실적 설명회(컨퍼런스 콜)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날 공개될 세부 성적표에 쏠린다. 특히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제품 '믹스(Mix)' 전략에서 드러나는 양사의 영업이익률에 초점이 맞춰진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SK하이닉스가 먼저 실적을 공개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만 31조원 이상의 매출과 최대 18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업이익률이다. 제조업체로 50%대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29일 오전 10시에는 삼성전자가 확정 실적 발표와 설명회를 개최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다. 분기 매출 90조원 시대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고전했던 반도체(DS)부문에서만 1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록적인 성적을 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HBM 수요 폭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내내 HBM 시장에서 독주하던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전열을 다듬고 경쟁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해는 양사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작년 상반기 내내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 공급 주도권을 유지했지만, 삼성전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공급량을 늘리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HBM 생산 확대로 일반 D램 공급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급등하며 부활한 범용 메모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기업용 SSD(eSSD) 수요가 몰리면서 오랜 기간 가격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던 낸드플래시 사업 역시 중요한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일부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범용 D램만큼이나 낸드 또한 영업이익에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초호황기에 진입한 가운데 관건은 HBM, D램, 낸드 생산의 전략적 배분이다. 두 회사는 내년 D램 생산량을 소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벅찬 상황이기에 일정 부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때 HBM의 수익성은 D램의 5~6배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범용 D램 가격도 폭주하고 있기 때문에 시황에 따라 공급 물량을 배분하는 '장사의 노하우'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DS(반도체)부문에서 파운드리를 제외한 메모리 사업부의 실적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까지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이 1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며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D램, 낸드 등 전체 생산능력(CAPA)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 측면에선 SK하이닉스가 더 '남는 장사'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첫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HBM3E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며 출하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20조원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을 100조원 안팎으로 보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115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