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에서 근로자 대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반 노조'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단일 노조 조합원 수가 회사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넘어서면, 사측과 임금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등 법적 지위가 강화된다. 국내 최대 기업에 근로자 대표 권한을 획득한 노조가 출범하면 노사 문화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 노조)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기준 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가 6만232명으로 집계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초기업 노조 측은 조합원 수가 6만2500명을 넘으면 과반 노조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약 2300명을 추가 확보하면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업 노조 관계자는 "(단일 노조로) 근로자 대표 확보를 위한 법적 기준을 빠르면 다음 주에, 늦어도 다음 달 5일에는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복수 노조로는 근로자 대표 지위 획득 어려워"

삼성전자에는 지난 2018년 처음 노조가 생겼다. 현재는 5개 조합이 활동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그간 대표성을 지닌 '과반 노조'가 없어 임금 교섭 등이 각자 진행됐다. 이에 초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자 대표 지위 획득을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앞서 초기업 노조는 '근로자 대표 지위' 인정에 필요한 법적 조건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작년 11월 4일 기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2만5709명) ▲삼성전자 동행노조(2072명) ▲초기업 노조(3만4781명)의 가입자 수를 합하면 "수치상 과반을 달성했다"는 논리였다. 복수 노조가 대표단 등을 구성해 연합하고 여기에 근로자 대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초기업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DS부문장·부회장)와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DX부문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에게 공문을 보내 "근로자 대표 지위 및 법적 권한을 명확히 하고, 객관적인 조합원 수 산정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근로자 대표의 지위는 회사가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법으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 필요하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통해 확인·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전삼노 측은 고용노동부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근로자 대표 지위가 부여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고용노동부는 복수 노조 체제에서 조합원 수의 단순 합산만으로는 근로자 대표 지위 획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여러 노조 사이에 통합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2024년 7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근로자 대표 지위 인정 땐 경영 전반에 관여

초기업 노조의 조합원 수 증가는 앞선 복수 노조 조합원 수 합산 사례와 다르다. 단일 노조로서 전체 구성원의 과반을 조합원으로 확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 가능성도 커졌다.

초기업 노조는 작년 8월 6300명에서 3개월 만에 4만5000명으로 확대됐다. 다시 3개월 만에 6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 비교적 투명하게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1인당 성과급 지급 규모도 커 사내에 상대적 박탈감이 팽배하다. 이에 노조에 가입하는 직원이 많이 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업 노조가 약 2300명의 조합원 수를 추가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2만9524명(기간제 근로자 599명 포함)이기 때문이다. 초기업 노조가 산정한 과반 달성 조합원 수와 약 3000명 차이가 있어 별도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업 노조 측은 일단 6만25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면 사측에 근로자 대표 지위 획득을 위한 확인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 노조가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근로자 대표 단체로 인정받으면 많은 법적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근로자 대표로서 지위를 획득한 과반 노조의 유무로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취업 규칙 변경"이라며 "취업 규칙 변경 주체가 '근로자 과반'에서 '과반 노조'로 옮겨져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수정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과반 노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 등도 가져, 회사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협의할 사항이 많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등 단체행동과 관련해선 "복수 노조 체제에서도 조합원 동의와 총회 등 절차를 거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과반 달성으로 달라지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과반수 노조는 이 밖에도 ▲정리해고 ▲탄력근로 ▲선택근로 ▲보상휴가제 등의 변경에도 관여할 수 있다. 노사 협의·제도 설계 과정에서 사측이 상대해야 하는 협상 대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과반수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해당 내용은 '일반적 구속력'을 지니게 된다. 노조에 가입한 상태가 아닌 직원도 해당 협의 내용에 영향받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