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추론형 인공지능(AI)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서버, PC, 모바일 등 전 분야에서 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개선에 D램 못지않게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 웨이퍼 생산량을 작년 490만장에서 올해 468만장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024년 낸드 수익성 급감으로 작년에 감산을 단행한 생산량보다 더 줄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생산량도 지난해 190만장 수준에서 올해는 170만장으로 비슷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낸드 시장이 AI발(發) 수요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조절은 AI 서버뿐만 아니라 모바일, PC 등 전 분야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티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양산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용량은 1152테라바이트(TB)로 기존 제품인 '블랙웰' 대비 10배 이상 많다. 베라 루빈의 올해 출하량이 3만대, 내년 10만대로 예상되는데, 2026년 3460만TB, 2027년 1억1520만TB의 신규 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낸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가장 높은 수익성 지표를 보이는 D램에 비해 설비투자 우선 순위가 밀렸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SSD 수요가 커지면서 QLC(쿼드레벨셀)로 라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생산량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트리플레벨셀(TLC) 기술에서 AI 데이터센터에 더 적합한 QLC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비 셋업, 안정화 기간, 초기 수율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 역시 낸드 생산량을 무리해서 늘릴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가격 방어에 치중해야 할 정도로 오랜 기간 수익성이 악화해 왔고, 이번 메모리 초호황기를 활용해 가능한 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낸드 감산이 의도적인 것인지 자연적인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어느 쪽이든 감산으로 얻을 이득은 올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범용 낸드 공급량이 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중국 YMTC는 지난해부터 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물량을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PC 분야에 낸드 공급량을 줄여 수익성을 방어하고 서버, 기업용 물량을 늘려 생산량 믹스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낸드 가격 상승세를 전망하며 주요 공급업체들의 생산량 조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3~38%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보수적인 낸드 생산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IDC도 낸드 공급 증가율이 올해 17% 수준으로 최근 수년 사이 평균치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