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로고./연합뉴스

중국의 인공지능(AI) 공세가 거세지면서 미국 AI를 따라잡을 것이란 우려가 최첨단 AI 모델을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1년 전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가성비' AI 모델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 시장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빅테크 수장들은 중국 AI의 확산이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미국의 AI 주도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경고에 나섰다.

14일 AI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중국 AI가 미국·유럽 등 서구권을 제외한 시장에서 이미 미국 AI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중국 AI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저비용 오픈소스 모델과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미국 AI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MS는 최근 1년 사이 딥시크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했다. 회사는 최근 발간한 'AI 확산 보고서'에서도 딥시크가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로 대표되는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딥시크 사용량은 다른 지역 대비 2~4배 높은 것으로 MS는 추정했다.

보고서를 보면 딥시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89%로 앞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43%), 벨라루스(56%), 이란(23%) 등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AI 도입률이 서구권에 비해 낮은 아프리카 시장도 빠르게 침투하는 모습이다. 딥시크는 에티오피아 AI 시장의 18%, 짐바브웨 AI 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MS는 딥시크가 자사 챗봇을 신흥 시장에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지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개방형 오픈소스 AI 모델에 주력하는 중국 AI 기업과 달리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AI 기업들은 폐쇄형 AI 모델로 기술 통제권을 유지하고, 개인 이용자 구독이나 기업 고객을 확보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낮은 신흥국에서는 유료 구독 모델이 통하지 않아 딥시크가 무료 전략으로 사용자 기반을 늘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MS는 "차세대 10억명의 AI 사용자가 오픈소스 혁신이 가능해진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다"면서 미국 AI 기업들도 이 지역 공략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AI가 신흥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13일(현지시각) 블로그에 게시한 '딥시크 출시 1주년' 게시물에서 "딥시크 R1 출시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 AI의 발전 속도는 2024년에 비해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라며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로 중국이 프런티어 AI 모델(최첨단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신 중국은 AI 모델을 보다 광범위하고 저렴하게 보급하는 데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의 AI 성능 개선 속도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중국은 현재 최첨단 AI 모델과 성능이 근접한 저비용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드웨어·클라우드·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전략으로 신흥국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AI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케냐 등의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 위한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는 앞서 즈푸AI가 신흥국에서 정부 AI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면서 견제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신흥 시장을 겨냥한 중국의 소버린 AI 전략을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AI 주도권을 잃을 경우 중국이 전 세계를 장악할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인 인권과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점유율이 높은 중국 스마트폰에 딥시크를 기본 AI 챗봇으로 탑재한 것도 중국 AI의 확산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와 AI 업계는 올해 미중 AI 패권 경쟁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중국이 기술 자립을 통해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미국 AI 모델이 코딩과 같은 전문 분야에서 얼마나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를 꼽았다.

오픈AI는 "중국 AI가 미국 AI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에이전트 기반 코딩이나 워크플로 도구 배포 측면에서 오픈AI를 포함한 서구권 AI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경제적으로 유용한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올해의 격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