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모두 세계 1등 기술을 갖추고 있어 고객의 수요에 따라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 LCD·OLED 양방향으로 모두 기술을 발전시켜 갈 계획이다. 기술을 통한 '원가 혁신'도 지속해 수익성을 높이겠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진 적자 행보를 작년에 끊어 내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작년보다 올해 더 좋은 경영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기술 초격차'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흑자 전환을 넘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작년 이룬 실적 개선에 대해 "2년 이상 원가 절감 등 다방면으로 노력한 끝에 얻은 성과"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단기적 수익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압도적 기술력이 해답이라고 본다"며 "중국이 추격하는 상황 속에서 기술에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다면 앞서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내부 역량을 높일 방법으로 인공지능 전환(AX)과 가상 디자인(VD) 등의 기술 접목을 들었다. 정 사장은 "AX와 VD 도입은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원가 절감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촉매제"라며 "올해는 생산과 품질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AX 문화를 더욱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을 'AX의 원년'으로 삼고 사업 전 영역에 자체 개발한 AI를 도입했다. 공정 난이도가 높은 OLED 분야에서 AI 기반 생산 체계를 통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VD도 적극적으로 도입, 가상 실험 환경에서 새 제품 개발과 생산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찾는 데 드는 비용·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여 품질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정 사장은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단순한 기술 지상주의'를 경계하며 고객 중심의 사고를 강조했다. 그는 "고객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요구한다"며 "시장 수요와 동떨어진 혁신이 아니라, 선도적이면서도 사업적 실익을 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고객의 경쟁력이 되고, 고객들이 경쟁력을 갖춰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다"며 "강화된 사업 체질과 지속적인 원가 혁신 노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견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쟁 디스플레이 업체가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선 8.6세대 정보기술(IT) OLED 패널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사장은 "태블릿·노트북·모니터 등 제품마다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 속도가 다르다"며 "(8.6세대 IT OLED) 시장이 아직 경제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고, 현재 수준은 기존 인프라인 6세대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를 한다면 경제성이 확인돼야 하는데, 지금 고객과 제품 조합을 따져보면 아직 8.6세대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다"라면서도 "LG디스플레이도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6세대 IT OLED는 노트북·태블릿·모니터와 같은 기기에 탑재되는 패널을 대형 유리 원장에서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공장에서 한 번에 처리하는 유리 기판의 규격을 세대별로 구분한다. 8.6세대는 통상 2290㎜×2620㎜급 원장을 뜻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OLED를 처음 공개했다. 정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쪽은 자동차 규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신뢰성이 높고, 휘어지기 쉬운 플라스틱 OLED를 통해 곡면 등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CES 2026 전시에서 본 기술 중 인상 깊었던 지점을 묻는 말에 "피지컬 AI가 인간의 동작까지 따라 하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 수준의 로봇 기술을 우리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의 경쟁에 대해선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술 관점에서 우리가 더 많이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