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메타, 넷플릭스,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새 디지털 규제에서 강제적 의무를 피하고 자발적 협조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EU가 이달 공개할 디지털네트워크법(DNA)에 빅테크를 구속력 있는 규제 대상이 아닌 자율적 참여 주체로 포함하는 방향을 택하면서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20일 공개 예정인 디지털네트워크법 법안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의무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자발적 프레임워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EU 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의 조정 아래 논의에 참여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수준에 머물게 되며, 새로운 법적 의무는 부과되지 않는다.
디지털네트워크법은 그동안 유럽 주요 통신사들이 강하게 요구해 온 규제로, 초기 논의 단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서비스가 유럽 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었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해 7월 '공정한 분담' 문제가 향후 디지털네트워크법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망 사용료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미국 백악관은 EU와의 무역 합의 과정에서 망 사용료 철회가 조건으로 논의됐다고 밝혔고, 집행위 역시 망 사용료가 실행 가능한 해법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새 법안은 빅테크에 대한 강제 규정을 두는 대신 자발적 협조만 요청하는 형태로 정리됐다. 대신 주파수 정책과 네트워크 인프라 개선 등 통신 환경 전반을 폭넓게 다루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법 초안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는 주파수 이용권에 기한을 설정하고, 주파수 경매의 판매 조건과 가격 책정 권한은 각국 규제 당국에 맡기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는 수십억유로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집행위원회는 각국 규제 당국에 광케이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 구리 케이블 네트워크를 광케이블로 전환하는 시한을 기존 2030년에서 그 이후로 늦출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디지털네트워크법은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발의하며, 이후 수개월간 EU 회원국 및 유럽의회 논의를 거쳐 최종 공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