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배(맨 왼쪽)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심민관 기자

"수도권으로 쏠린 전력 수요와 느린 송전망 확충이 맞물리면서 AI 데이터센터(AI DC) 허가가 구조적으로 막히고 있다. 비수도권 분산을 전제로 전력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요금과 계통 이용 체계를 지역 단위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에너지의 93.8%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에너지 자립도는 20% 수준에 그친다. 전력 수요에서 수도권 비중은 40%까지 커졌지만 수도권 발전량 비중은 24.3%에 불과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8.0% 수준에 머물러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 병목으로는 송전망이 지목됐다. 박 교수는 "표준 공기(공사기간)가 9년으로 잡혀도 주민 수용성 저하와 인허가 지연으로 13~15년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북당진-신탕정 구간처럼 150개월 이상 지연된 사례도 있다. 송전망 부족이 발전 제약과 송전 제약을 동시에 키워 전력 산업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AI 확산은 이 병목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박 교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2.3배 급증할 전망"이라며 "국내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이 2025년 1.2GW에서 2038년 6.2GW로 5.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7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신규 신청 물량의 80% 이상도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수도권은 송전망 여력 부족으로 신규 허가가 사실상 막힌 상태"라고 했다. 그는 최근 수도권 신규 건설 신청 195건 가운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한 사례가 4건에 그쳤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이 계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접속 가능 여부와 보완책을 판단하는 절차다.

박 교수는 해법으로 "자동차를 한산한 국도로 분산시키는 방식"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수도권 유인을 강화해 호남권에는 재생에너지 기반 RE100형 AI 데이터센터를, 영남권에는 원자력·LNG 등 저탄소 전원의 가격 경쟁력을 활용한 대규모 저비용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권역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광장의 조대근 전문위원도 "AI 시대 경쟁력은 전력 확보의 속도에서 갈린다"면서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의 포로'가 되는 순간 산업 확장은 멈춘다"고 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10배 이상 전력을 소모하는데,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구조적으로 느리게 따라온다는 지적이다.

조 전문위원은 "센터는 10여년 안에 지을 수 있지만 송전망 확충과 발전소 건설은 5~10년 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학습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 단계인 '추론'에서 누적되는 에너지 수요가 장기적으로 전력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어, 전력 병목이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제도 대응의 속도도 문제로 꼽았다. 조 전문위원은 "한전 중심의 규제적 거래 구조에서는 수요자가 전력을 '사서 쓰는' 선택지가 제한되고, 계통 여력이 부족할수록 신규 투자는 인허가 문턱에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AI 인프라가 전력계통 심사 절차에 묶이면 공사 기간보다 행정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한국형 해법 키워드로 '수요자의 전력 조달 자율성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을 섞는 하이브리드 전력구매계약(PPA)에서 대상·규모·기간 제한을 풀어 기업이 전원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발전소 인근에서 바로 소비하는 온사이트 직접 거래를 권장하고, 이를 위한 전용 선로 구축 범위를 넓혀 사설망을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계통을 통하지 않는 공급 루트를 열어 송전망 병목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