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연결 기준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 최대 기록은 2018년 3분기(17조 5700억원)로, 이를 약 14% 상회하며 7년 4개월 만에 경신했다.

시장 컨센서스(18조원 안팎)를 훌쩍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이 실적으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뉴스1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06%, 전년 동기 대비 22.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64.34%,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8.17% 급증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수치로,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 편의를 위해 제공됐다.

◇ 메모리가 견인한 '사상 최대' 호황

이번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 공식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4분기에 매출 40조원 안팎, 영업이익 15조~16조원 수준을 기록하며 전년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 서버 확산으로 서버용 D램 출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HBM 중심의 생산 구조 전환으로 범용 D램 공급이 제한되며 가격 강세가 이어진 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0% 안팎까지 회복됐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역시 실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인프라에 탑재되는 임베디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중심으로 낸드 수요가 회복되면서 영업손실은 1조원 미만으로 축소됐거나 손익분기점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도 DS 부문 실적 개선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HBM 관련 매출이 6조~7조원 수준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3E 출하 확대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며, 고부가 제품 비중이 실적 레버리지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HBM 비중 확대는 메모리 포트폴리오 전반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업황 반등을 넘어 구조적 수익성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차세대 HBM4는 아직 본격적인 매출 기여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거론된다.

◇ 비메모리·완제품, 저점 지나 균형 회복

비메모리와 완제품 사업도 완만한 회복세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4분기에도 1조~2조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주 확대와 공정 전환 효과가 반영되며 전 분기 대비 손실 폭은 줄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해당 부문이 저점을 통과하는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모바일, 가전, TV 등 완제품 사업은 세계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것으로 관측된다. 모바일(MX) 부문은 플래그십 제품 비중 확대와 비용 효율화 효과로 4분기 영업이익이 2조~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판매량보다는 고가 모델 비중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DA) 사업부 역시 실적 회복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출하 증가와 원가 부담 완화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고, 가전 사업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로 확인되면서, 연간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강세와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00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도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를 AI 붐 주도의 '사상 최대 턴어라운드'로 평가했다. 로이터는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인프라 수요가 D램과 HBM 가격을 끌어올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