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 행사장 전경./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글로벌 테크 빅샷(거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6 개막 전날인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뜨겁게 달궜다. 양사 모두 인공지능(AI) 학습·추론에 적합한 고성능 반도체 신제품을 나란히 공개하며 "올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입을 모았다.

수 CEO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연설을 진행한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호텔 팔라조 볼룸은 약 7500석 규모의 대형 발표장이다. 그런데도 기조연설 30분 전부터 만석을 이뤘고, 입장을 기다리던 상당수 관람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프랑스에서 온 한 관람객은 "수 CEO의 발표를 현장에서 보고 싶어 멀리서 왔는데 아쉽다"며 "근처에 자리를 잡고 온라인 중계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호텔 팔라조 볼룸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의 개막 기조연설자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황 CEO는 엔비디아 자체 행사인 'CES 2026 라이브'를 통해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행사는 약 3600석 규모의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 블로라이브 극장에서 열렸다. 특별 연설 시작 15분 전부터 좌석이 모두 차 입장이 통제됐다. 엔비디아는 호텔 내 별도 공간 두 곳에 대형 전광판을 마련하고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들이 생중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장소에도 약 3000명의 인파가 몰려 북적였다. 블로라이브 극장에서 만난 미국인 관람객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을 만든 황 CEO와 함께 미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특별 연설 현장에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호텔 내 별도 공간에 생중계 전광판을 마련했다./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 "컴퓨팅 연산 '요타 시대' 진입할 것"

황 CEO와 수 CEO는 연설 중 각각 차세대 AI 칩을 공개하며 "폭발적인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AMD는 '헬리오스'란 이름의 AI 랙 제품을, 엔비디아는 랙 단위 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을 각각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다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하나로 구성해 성능을 높인 게 특징이다. 헬리오스에는 GPU '인스팅트 MI455' 72개와 CPU '베니스' 18개가 탑재됐다. 베라 루빈은 CPU '베라' 36개와 GPU '루빈' 72개로 구성된다.

황 CEO와 수 CEO는 이번에 공개한 신제품이 이전 대비 성능은 수배 높이면서도 비용은 수배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런 고성능 AI 칩을 통해 높아진 모델 학습·추론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수 CEO는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학습·추론 모두 전례 없는 성장에 힘입어 '요타 스케일 컴퓨팅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봤다. 전 세계 컴퓨팅 용량은 2023년 1제타플롭스에서 작년 100제타플롭스를 기록했고, 5년 안에 다시 100배 증가해 10요타플롭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플롭스(FLOPS)는 컴퓨터가 1초에 소수점이 포함된 숫자를 계산하는 횟수를 말한다. 제타는 10의 21제곱을 의미한다. 1제타플롭스는 복잡한 연산이 1초에 10²¹번 이뤄진다는 뜻이다. 요타는 10의 24제곱을 말한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호텔에서 CES 2026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수 CEO는 챗GPT 출시 후 AI 사용자가 10억명을 넘어섰고, 향후 50억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라 높아진 연산량에 적합한 신규 칩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 CEO는 헬리오스를 공개하며 "요타 시대를 준비하는 제품"이라며 "단순한 서버 랙이 아닌 '괴물'"이라고 말했다.

황 CEO도 컴퓨팅 성능을 향상하지 않으면 AI 수요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봤다. 그는 "AI에 필요한 연산량이 치솟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라 루빈을 설계했다"며 "AI 훈련·추론 영역 모두 연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라 루빈을 적기에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CEO(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 "로봇, 다음 행동 추론도 가능"

'피지컬 AI'는 황 CEO와 수 CEO의 연설에서 여러 번 강조된 공통 키워드다. 황 CEO는 작년 초 열린 CES 2025에서 디지털 세계에 머물던 AI가 로봇·기기에 탑재되면서 물리 공간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피지컬 AI'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개념적으로 다뤄지던 피지컬 AI 분야에서 다양한 상용화 기술이 등장하며 일상·산업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황 CEO는 피지컬 AI의 상징인 로봇 2대를 무대 위로 불러 함께 발표를 진행했다. 또 자사 로보틱스 모델 '그루트'를 사용하는 LG전자·보스턴 다이내믹스·캐터필러·프랑카 로보틱스·휴머노이드·뉴라 로보틱스 등이 만든 로봇을 대거 무대에 배치하며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라이브에서 로봇과 함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황 CEO는 "로보틱스 분야에도 챗GPT의 순간이 오고 있다"며 "센서에서 입력된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이 다음 행동을 추론하는 기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제조 공장은 이제 사실상 거대한 로봇이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AI와 로봇 기술이 산업 현장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수 CEO는 "AI는 지난 50년간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며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하며 정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해 기술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황 CEO와 수 CEO 모두 AI 발전 과정에서 '오픈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수 CEO는 "올해 CES에서는 업계가 힘을 모아 '어디에나 AI를, 모두를 위한 AI'를 구현할 때 무엇이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황 CEO는 "AI는 단순한 앱이 아닌 여러분의 도구"라며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