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은 인구당 로봇 수 세계 1위다. 또한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정교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유용한 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공지능(AI) 트레이닝에는 매우 정확하고 정제된 데이터만 필요하다."
니틴 미탈(Nitin Mittal) 딜로이트 글로벌 AI 리더는 한국의 피지컬 AI(Physical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세계 최대 회계·컨설팅사인 딜로이트 글로벌에서 AI 관련 연구와 컨설팅을 진두지휘하는 'AI 리더'다. 인도 바나라스힌두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도 출간된 'AI 혁신 바이블(All-in on AI)' 저자이기도 하다(세계적인 경영전략가 토머스 H. 대븐포트 미 뱁슨대 석좌교수와 공저).
그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피지컬 AI와 생성 AI(Generative AI)가 일정 부분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다"며 "서버와 가상 환경, 클라우드 등에 있는 AI 에이전트에 금속 재질 몸을 입힌 것이 바로 피지컬 AI"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확산을 위한 규제 보완 필요에 대해서는 "규제 관련 부분도 기술 발전에 발맞춰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먼저 보험 업계가 적응을 마칠 것이고 그에 따라 법적인 적응 과정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픈AI를 비롯한 생성 AI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지컬 AI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일까.
"피지컬 AI와 생성 AI가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둘은 일정 부분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생성 AI 관련 가장 앞선 기술은 AI 에이전트인데, 피지컬 AI는 거기에 몸을 입힌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서버와 가상 환경, 클라우드 등에 있는 AI 에이전트에 금속 재질 몸을 입힌 것이 바로 피지컬 AI다."
그렇다면 피지컬 AI는 이미 일상의 영역에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다. 일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무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를 사용할 수 있다. 베이징과 선전 등 중국 여러 도시에서도 무인 택시를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 물류 창고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물품을 운반해 분류하고 정리한다. 또한 AI를 기반으로 자동화 시설을 운영하는 공장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한 국가 간 분쟁 현장에는 AI 시스템으로 조종하는 드론 스웜(군집 드론) 공격이 점점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피지컬 AI 접목 사례다."
피지컬 AI도 거품 논란을 비켜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일부 기업의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무너져 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거품 붕괴는 단 한 번뿐이다. 이후에는 주류 기술이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인터넷과 웹이 보편화하지 않았나. AI 기술도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거품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매각 또는 합병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AI 기술이나 트렌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익 관점에서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거품 붕괴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따져봐야 한다. 금전적인 부분이 수익 전부가 아니라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성과 생존 가능성 또한 일종의 수익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 거대 기업이 AI에 초점을 두는 건 이익이 아니라 노동생산성 때문이다. AI를 사용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최대 관심사라는 뜻이다."
생존 가능성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AI가 워낙 정교하고 앞선 기술이다 보니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기업은 자사의 '코닥 모멘트(Kodak moment)'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중기적으로는 수익을, 장기 관점에서는 생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성공을 위한 ROI 곡선이다."
코닥 모멘트는 미래 추세를 예측하지 못해 실패한 회사인 카메라·필름 회사 이스트먼 코닥을 빗댄 표현이다. 카메라와 필름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133년 역사의 이스트먼 코닥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정부 입장에선 어떨까.
"정부는 지정학적 전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AI가 그런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무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인도를 포함해 주요 20개국(G20) 정부는 예외 없이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AI는 각국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정부 서비스를 더욱 많은 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동시에 국내총생산(GDP)과 국방 관점에서 효율성 증진의 도구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더 빨리, 더 많이 축적해 분석하는 국가와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피지컬 AI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한국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은 인구당 로봇 수 세계 1위다. 또한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정교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많다.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유용한 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AI 트레이닝에는 매우 정확하고 정제된 데이터만 있으면 충분하다."
피지컬 AI도 생성 AI와 동일한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만큼 전력 수급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지지 않을까.
"지금의 데이터센터는 소음이 심하고 면적도 많이 차지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기반으로 운용하는 데이터센터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님비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1930~ 50년대 미국 곳곳에서 '전기는 원하지만, 우리 집 근처에 발전소는 못 짓는다'고 반대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와 비슷한 현상이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 Yard(우리 집 마당에는 안 된다)'라는 영어 문장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지역 주민이 환경, 정서 등을 이유로 쓰레기 매립장이나 화장장 등 각종 혐오 시설 유치를 거부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SMR은 출력 수백MW(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구성 요소(모듈) 단위로 제작·운송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한다.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이 짧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피지컬 AI 확산을 위해서는 규제 관련 보완이 시급할 것 같다.
"규제 관련 부분도 기술 발전에 발맞춰 변화하게 될 것이다. 먼저 보험 업계가 적응을 마칠 것이고, 그에 따른 법적인 적응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에 로봇을 파견하고 운용하는 기업을 위한 보험 상품이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법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일자리 파괴에도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데이터센터 하나만 놓고 봐도 건설과 운용, 관리 등 관련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누군가는 반도체와 전자 장비, 기타 지원 설비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해야 한다. 로봇과 SMR 관련해 제작해야 할 것도 많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직무는 사라지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 만들어지는 직무가 훨씬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