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걸린 중국 TV 제조사 하이센스의 대형 광고 현수막./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미니 RGB LED TV의 원조(The Origin of RGB MiniLED TV)"

중국 TV 제조사 하이센스는 5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 주 전시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입구에 이런 문구의 대형 광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삼성전자·LG전자는 미니 RGB보다 정교하지만 기술 난도가 높은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을 올해 CES에 공개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CES 2026 개막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RGB TV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이센스는 작년 초 열린 CES 2025에서 미니 RGB 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16인치 초대형 라인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선전했고, 작년 7월부터는 실제 판매도 진행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RGB는 LCD 패널 후면 광원인 백라이트를 기존 백색 대신 빛의 삼원색인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다. LED 칩 크기도 줄여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높은 밝기를 구현할 뿐 아니라 색 자체를 잘게 제어해 현존 'LCD TV 기술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하이센스의 116인치 미니 RGB LED TV의 밝기는 5000니트(1니트는 1m² 공간에 촛불 하나를 켰을 때의 밝기) 정도로 측정됐다는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4일(현지시각) CES 2026 '더 퍼스트룩' 프레스 컨퍼런스를열고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했다./뉴스1

RGB TV는 중국 업체가 먼저 내놓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선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RGB TV를 구현하는 LED 칩 크기가 중국 제품보다 4~5배 정도 작기 때문이다. 중국 TV에는 '미니'(칩 크기 100~500㎛)가 삼성전자·LG전자 제품에는 '마이크로'(100㎛ 이하)가 이름으로 붙은 이유다. 각각의 LED 칩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도 앞서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RGB TV는 더 작은 LED 칩을 얼마나 더 정교하게 제어해 색을 구현하는지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며 "얼마나 정밀하게 LED 백라이트를 제어하고, RGB의 각기 다른 파장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력에 따라 실제 고객이 경험하는 화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TV는 크기가 커질수록 제작 난도가 높아진다.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신제품 라인에 추가한 130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LED 칩 크기는 100㎛ 이하로 줄였다. 작년 8월 115형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더 큰 크기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55·65·75·85·100형으로 크기도 다양화했다.

각각의 LED 칩을 제어하는 기술 역시 수준급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에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정교하게 조정해 명암 표현을 높이는 '로컬 디밍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또 최신 인공지능(AI) 엔진인 '마이크로 RGB AI 엔진 프로'를 탑재해 화질과 음질을 개선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정한 색 정확도 지표 BT2020 면적률 100%를 달성, 독일 시험∙인증 전문 기관 VDE로부터 '마이크로 RGB 프리시젼 컬러 100' 인증도 획득했다.

LG전자가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진행한 CES 2026 TV 신제품 공개 행사 '더 프리뷰'에서 모델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접목한 '마이크로 RGB TV'를 보고 있다./LG전자

LG전자 역시 4일 TV 신제품 공개 행사 '더 프리뷰'를 통해 CES 2026 혁신상을 받은 자사 첫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했다. 회사는 이 제품을 공개하며 초소형 LED 칩뿐만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기술력을 강조했다. 마이크로 LED보다 각각의 광원을 제어하기 더 까다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3년째 글로벌 OLED TV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회사 측은 "자발광 화소를 픽셀 단위로 제어하는 OLED TV의 기술을 마이크로 RGB TV에 적용했다"며 "마이크로 LED TV를 광원 단위로 독립 제어해 생생한 화질을 선사한다"고 했다.

이 제품은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 인터텍에서 '트리플 100% 컬러 커버리지' 인증을 받았다. 방송 표준(BT.2020), 디지털 시네마 표준(DCI-P3), 사진·그래픽 표준(Adobe RGB)을 모두 100% 충족한다.

중국 TCL은 미니 RGB TV에 진출했으나 아직은 기술력 미비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CL이 출시한 보급형 RGB 미니 LED TV에는 적색(R) 칩 없이 청색(B) 칩 2개와 녹색(G) 칩 1개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선필 LG전자 MS사업본부 디스플레이CX담당(상무)은 더 프리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니 RGB LED TV는 청색 칩을 사용하는 반면 마이크로 RGB는 적색을 포함해 3개의 칩을 사용해 혼색을 잘 만들어 낸다"며 "파장이 긴 적색은 가장 제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3개의 각기 다른 색의 LED 칩을 잘 구동하느냐가 기술력이고, 이 지점이 결국 시장의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걸린 중국 TV 제조사 TCL의 대형 광고 현수막./라스베이거스=정두용 기자

올해 CES에서 나타난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장 주도권 다툼은 RGB TV뿐만 아니라 전시 방법에서도 묻어났다. 삼성전자는 20년 넘게 전시관을 꾸리던 LVCC 센트럴홀을 떠나 올해에는 윈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조성했다. 삼성전자는 LVCC에서 가장 큰 규모(3368㎡)의 전시 공간을 운영해 왔다. 삼성전자가 떠난 자리는 TCL이 차지했다. 기존 TCL의 전시 공간은 하이센스가 물려받았다. 하이센스의 자리는 창홍이 일부 가져갔다. LG전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LVCC에 2044㎡ 크기의 전시관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