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의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라스베이거스=전병수 기자

삼성전자·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신제품·신기술을 대거 공개한다. 가전·TV 분야는 물론 신시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스마트홈·헬스케어·뷰티 등의 영역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CES 2026 개막 이틀 전인 4일(현지시각)부터 본격적인 CES 2026 일정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부스를 운영해 왔는데, 올해 행사에서는 윈 호텔에 별도로 업계 최대 규모인 4628㎡(약 1400평) 크기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다.

작년 말 인사에서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 '더 퍼스트 룩'을 주도한다. 윈 호텔 단독 전시관에서 열리는 이 행사의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다. 같은 장소에서 5일부터 6일까지 '삼성 기술 포럼'도 열린다. 자사 전문가와 협력사·애널리스트 등이 참여해 AI·가전·디자인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짚는 행사다.

LG전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LVCC에 전시관을 마련했다.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는 4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더 브리뷰' 행사를 열고 TV·오디오·IT 신제품을 공개한다.

5일에는 작년 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류재철 LG전자 사장의 주도로 사업 비전 발표 행사인 'LG 월드 프리미어'가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다. 이 행사의 주제는 '당신에게 맞춘 혁신'이다.

◇ LCD TV 프리미엄 시장서 맞대결… 게이밍 모니터 시장서도 경쟁

삼성전자·LG전자가 CES 2026에서 공개하는 다양한 신제품 중에서도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는 품목으로는 '마이크로 RGB TV'가 꼽힌다.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넘겨준 액정표시장치(LCD) TV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반격'을 알리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RGB는 기존 백색 대신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더 선명한 색상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교한 밝기를 구현하기 위해 LED 칩 크기를 100㎛ 이하로 줄인 제품이라 기술 난도가 높다. 중국 업체도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RGB 미니 LED TV'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TCL이 출시한 보급형 RGB 미니 LED TV에는 적색(R) 칩 없이 청색(B) 칩 2개와 녹색(G) 칩 1개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15형 신제품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LCD 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행사에서는 55·66·75·85·100형은 물론 130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하며 '프리미엄 TV의 기준점'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도 이번 행사를 통해 'LG 마이크로 RGB 에보'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RGB TV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맞대결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최초로 6K(화소 수 6144×3456) 해상도를 지원하는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 등 신제품 5종을 들고나왔다. '오디세이 3D'(G90XH)의 경우 32형 크기에 6K 해상도를 지원하면서, 별도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게임마다 입체감을 조절하는 3D(차원) 설정 기능을 갖췄다. 해상도는 QHD(2560×1440)에 그치지만 세계 최초로 듀얼 모드에서 최대 1040㎐의 고주사율을 제공하는 27형 '오디세이 G6'(G60H)도 이번에 공개된다.

LG전자도 2018년 게이밍 기기 브랜드 'LG 울트라기어' 출시 후 처음으로 프리미엄 모니터 라인인 '에보'를 이번 CES에서 공개한다. 27·39·52형으로 구성된 'LG 울트라기어 에보'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를 탑재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PC 그래픽처리장치(GPU) 업그레이드 없이도 모든 영상을 5K(5120x2880) 선명도로 볼 수 있도록 '업스케일링' 기술이 탑재됐고, AI가 영상·사운드를 최적의 형태로 조절해 주는 기능도 갖췄다.

'LG 울트라기어 에보' 제품 이미지./LG전자

◇ 디지털 세계서 현실로 나온 AI… 삼성·LG 비전 공개

이번 CES의 주요 키워드로는 '피지컬 AI'(AI가 로봇·기기에 탑재되면서 물리 공간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가 꼽힌다. 작년 초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화두로 제시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피지컬 AI는 그간 개념적으로 다뤄졌는데, 이번 행사에서 다양한 기업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제품을 공개하며 일상·산업에서의 적용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피지컬 AI 구현 기기로 내세웠다. 이 로봇은 다섯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여 집안 내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다. AI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학습하는 능력도 갖췄다. LG전자는 이 로봇이 거주자의 스케줄·라이프스타일 등에 맞춰 다양한 가전을 제어해 고객을 케어하는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줄 계획이다.

LG전자가 CES 2026에서 공개하는 홈 로봇 'LG 클로이드' 이미지./LG전자

삼성전자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어떤 신기술을 선보일지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CES 2020에 처음 공개된 AI 집사 로봇 '볼리'가 향상된 기능을 갖춘 모습으로 재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헬스케어·뷰티 등 신시장 공략도 '속도'

삼성전자·LG전자는 스마트홈·헬스케어·뷰티 등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신제품·신기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LG전자는 헬스케어 플랫폼 '릴리프AI'나 AI 홈 허브(컨트롤타워) 기기 '씽큐 온' 등을 통해 신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사전에 감지하는 '브레인 헬스'(Brain Health) 서비스를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다. 작년 CES에서 개념 제품으로 공개한 'AI 뷰티 미러'도 상용화 수준으로 기능을 끌어올려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자가 거울을 보면 AI로 피부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해 주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기반으로 아모레퍼시픽 등과 협업해 '데이터 기반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 신규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양사는 이 밖에도 ▲스피커 ▲의류 관리 기기 ▲냉장고 ▲청소기 등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하고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최고 혁신상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최고 혁신상 2개를 포함해 총 18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