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예정 신작을 구체화한 가운데 K-게임 산업이 구조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모바일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에서 콘솔과 서브컬처로 플랫폼·장르를 다변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수 시장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업계 최고 기대작은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으로 꼽힌다. 펄어비스는 수차례 출시 연기 끝에 오는 3월 20일 글로벌 동시 출시를 확정했다. 이 게임은 2019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후 약 7년에 걸친 개발 끝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콘솔 시장을 정조준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업계에서는 붉은사막의 흥행 여부가 한국 게임의 글로벌 콘솔 시장 진입 성패를 가늠할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사실적인 물리 효과와 광활한 오픈월드, 액션 중심의 전투뿐 아니라 탐험과 생활 콘텐츠까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쿄게임쇼를 비롯해 북미·유럽 주요 게임 행사에서 실제 플레이 시연을 진행하며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는 출시 전부터 2026년 '올해의 게임'(GOTY)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도 '2026년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됐다.
넷마블은 올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글로벌 콘솔 시장에 도전한다. 이 게임은 전 세계 누적 판매 5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인기 만화 '일곱 개의 대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게임이다. 오는 28일 PC와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넷마블은 ▲몬길: 스타 다이브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SOL: 인챈트 ▲이블베인 등 MMORPG와 서브컬처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리니지 라이크'를 넘어 장르 다각화에 나선다. 엔씨는 첫 오픈월드 슈팅게임 '신더시티'와 타임 서바이벌 슈터 게임 '타임 테이커즈'를 PC와 콘솔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신더시티는 엔씨 개발 스튜디오인 빅파이어 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신작으로 AAA급 내러티브를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다. 타임 테이거즈는 미스틸게임즈가 개발하고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게임으로, 타임 에너지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룰이 특징이다.
아울러 엔씨는 서브컬처 장르에 해당하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애니메이션 액션 RPG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속도감 있는 전투 액션이 특징이다.
넥슨게임즈는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흥행에 힘입어 차세대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 준비 중이다.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개발자들을 모아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하고 있다. 넥슨게임즈는 IO본부 설립해 서브컬처 장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PUBG: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한 익스트랙션 슈터 '블랙 버짓'을 준비 중이며, 언노운월즈의 생존 어드벤처 게임 '서브노티카'의 후속작 '서브노티카2'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PC·콘솔 기반 액션 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과 차세대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를 대작 라인업으로 예고했다. 컴투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IP '가치아쿠타'를 기반으로 첫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한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가 콘솔과 서브컬처로 플랫폼·장르를 다각화하는 전략은 기존 모바일·MMORPG 중심의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는 콘솔과 서브컬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이 여전히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지만 성장률은 2.9%에 그친 반면, 콘솔 게임 시장은 5.5%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2018~2023년 국내 전체 게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5.2%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16.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MMORPG 중심의 구조로는 더 이상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며 "콘솔과 서브컬처는 단기 흥행보다는 장기 IP 축적과 팬덤 경쟁이 핵심인 만큼, 올해 신작 성과가 K-게임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전환에 성공했는지를 가늠할 시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