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플랫폼 '삼쩜삼'의 광고 문구./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축하드려요 고객님! 정기신고 (세금) 환급액 우선 확인 대상자입니다. 올해 신규 환급액을 확인해 주세요.'

세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삼쩜삼'은 지난 2023년 카카오톡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광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메시지 속 '확인하기' 버튼을 누른 일부 소비자는 당혹감을 느꼈다.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메시지 내용만 보면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허위 광고를 한 삼쩜삼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세무 플랫폼이 부당한 광고 행위로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쩜삼은 그간 과장 광고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무단 수집, 환급금 오류 문제 등으로 잇단 논란을 빚어왔다. 최근 국세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삼쩜삼을 비롯한 세무 플랫폼의 홈택스 접속과 국세 데이터 '스크래핑'(복사)을 원천 차단하는 보안 사업을 착수한 만큼, 삼쩜삼의 수익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9만7500원 환급금 도착" 눌러보니 '0원'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100만원이 부과됐다. 삼쩜삼은 이용자가 입력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예상되는 세금 환급금을 안내해 주고, 환급 신청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는 최근 5년간 낸 세금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세액보다 많을 경우 초과 납부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소비자 255만여명에게 네 가지 유형의 거짓·과장 및 기만적인 광고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고 봤다. 이 과정에는 무료 서비스인 '예상 환급금 조회' 서비스가 동원됐다. 대표적인 방식은 "새 환급액이 도착했어요"라는 문구 등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마치 새로운 세금 환급금이 생긴 것처럼 거짓으로 알린 것이었다. 민간 사업자인 자비스앤빌런즈는 실제 환급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확인할 어떤 권한도 없음에도 소비자가 오인하게 만든 것이다.

삼쩜삼은 지난해 5월에는 "환급금을 확인한 분들은 평균 19만7500원의 환급금을 되찾아 갔다"는 광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금액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환급액이었다. 환급금 조회를 통해 확인한 실제 평균 환급금은 6만5578원으로 드러나, 과장 광고로 밝혀졌다. 또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을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부풀린 사실도 드러났다. "근로자 2명 중 1명은 환급 대상자"라며 실제 통계와 다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쩜삼은 그간 허위 광고뿐만 아니라 잇따른 논란에 휩싸였다. 2023년 개인정보위원회는 삼쩜삼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며 과징금 8억5000만원,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삼쩜삼은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부양가족의 정보까지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삼쩜삼은 세무사회로부터 무자격 세무 대리, 세무사 신고 서비스(TA서비스) 세무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당하며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다. 해당 사안들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국세청 이성진 정보화관리관이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 '원클릭'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개 넘어 조세 업무 관여가 문제… 국세청도 칼 빼든다

업계에서는 삼쩜삼이 자사 서비스를 기술 기반 혁신이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세 행정 과정에 과도히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삼쩜삼은 환급금 조회 단계에서 사용자 동의를 바탕으로 홈택스에 자동 접속해 국세 데이터를 조회한 뒤, 고객이 환급액을 확인하고 결제하면 추가 공제 요건을 검토해 국세청에 환급 신청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쩜삼이 허위 광고로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급 절차 전반을 사실상 설계하고 중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개가 주 사업모델인 여타 플랫폼과 다르다. 부동산 플랫폼인 직방이나 다방,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중개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이들 플랫폼도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이용자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삼쩜삼은 실질적으로 세무업무에 관여하지만 관련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국세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자체적인 서비스 개선을 통해 삼쩜삼을 비롯한 한 세무 플랫폼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환급서비스 원클릭을 개통했다. 이 서비스는 최대 5년치 환급 금액을 한 번에 보여주면서도, 수수료를 내는 삼쩜삼과 달리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국세청은 지난 10월 세무플랫폼이 홈택스 접속과 국세 데이터 스크래핑 원천 차단하는 보안 사업을 착수했다. 세무플랫폼이 납세자 정보를 타고 국세청 홈택스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과도하게 납세자 정보를 조회하는 스크래핑을 차단할 방법을 마련하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다만 이에 대응해 세무플랫폼은 국세청과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전환 관련 논의 앞두고 있다.

이에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앤빌런즈는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0년 35억원에서 2021년 311억원, 2022년 496억원, 2023년 507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8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삼쩜삼이 잇단 문제에 직면하면서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를 넘어 보험, 통신, 상조 등 일상 전 영역으로 제휴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실손 보험 기반 인슈어테크 기업 '마이크로프로텍트'와 라이더 대상 휴대폰 임대, 중고폰 매입 및 환급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엘큐'를 인수했다. 또 모바일 중개 플랫폼 '모요', 장례 서비스 전문 기업 '고이장례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