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N2K'(넥슨·넷마블·엔씨·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로 대표되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이 엇갈릴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넥슨과 크래프톤은 조단위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한 한편 넷마블 역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 최대치 예상 매출이 4조5594억원, 영업이익은 1조4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26.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넥슨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4분기 매출을 1조863억~1조2133억원, 영업이익은 2040억~29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자체 예측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넥슨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3461억원, 1조1122억원이라는 점에서 올해 예상치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했는데, 올해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올해 출시한 신작들이 흥행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3월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첫날 리텐션 61%를 기록해 넥슨 출시작 가운데 최고 수준의 초기 반응을 보였고 꾸준한 리텐션을 보이며 장기 흥행을 입증했다. 지난 11월 출시된 '메이플키우기'는 양대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메이플키우기는 출시 45일 만에 매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최고 동시 접속자 38만명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출시 한 달여 만에 글로벌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수상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매출이 3조900억원, 영업이익이 1조3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10%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그간 '배틀그라운드(PUBG)' 시리즈 외에 흥행 대작이 없었지만, PUBG 지식재산권(IP)이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지난해 영업익 '1조 클럽' 반열에 올랐다. 특히 크래프톤 실적 향상의 주요 공신은 인도 시장에 출시한 현지화 버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다. BGMI는 2021년 출시 이래 인도 시장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으며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함께 크래프톤의 해외 매출을 견인해왔다.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넷마블은 올해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2조7880억원, 영업이익은 3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69.7%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선보인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에 이어 5월, 8월 각각 출시한 수집형 RPG '세븐나이츠 리버스', MMORPG '뱀피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계속해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자체 IP 기반 신작 흥행 성공으로 외부 IP 의존도가 해소됐으며 다양한 장르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엔씨소프트는 올해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1조4947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출시한 MMORPG '아이온2'가 초반 흥행 궤도에 오른 점이 실적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자체 결제 시스템 도입도 지급수수료율 절감에 영향을 미쳐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엔씨는 '아이온2'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PC 기반 자체 결제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매출이 4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1% 감소하고 영업손실이 39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신작 흥행 실패와 출시 지연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출시된 2D 액션 RPG '가디스오더'가 부진한 실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출시가 예정됐던 '프로젝트 C' '프로젝트 Q' '크로노 오디세이' 등의 공개가 연기됐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오딘을 주력으로 하는 게임 포트폴리오는 경쟁 심화와 유저 감소가 겹치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출시가 예정돼 있었던 프로젝트Q, 프로젝트C,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은 출시가 지연됐다"고 했다. 이어 "구조조정과 비핵심사업부의 매각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근원적인 경쟁력이 훼손되며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동반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