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규모 해킹 침해사고와 관련해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와 전 고객 대상 데이터 제공 등 보상안을 내놨다. 정부 조사 결과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KT는 3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침해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보상 및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침해사고로 불편과 피해를 입은 고객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우선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한다. 대상 기간은 2025년 12월 31일부터 2026년 1월 13일까지로, 이 기간 중 해지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받지 않는다. 또 2025년 9월 1일부터 12월 30일 사이 이미 해지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한다. 다만 9월 1일 이후 신규 가입자, 기기 변경·재약정 고객, 알뜰폰과 IoT 회선, 직권 해지 고객 등은 제외된다.
위약금 면제는 환급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객은 2026년 1월 14일부터 31일까지 KT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전국 KT 매장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환급은 해지일과 신청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KT는 대상 여부와 예상 환급액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도록 별도 안내 페이지를 개설하고 문자로도 안내할 예정이다.
KT는 해지 고객 외에도 위약금 면제 종료 시점 기준으로 서비스를 이용 중인 전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먼저 2026년 2월부터 6개월간 매월 100GB의 데이터를 자동 제공한다. 이용정지 회선과 IoT, 선불폰 등은 제외된다.
해외 이용 고객을 위한 로밍 혜택도 확대된다. 로밍 데이터는 50% 추가 제공되며, 현재 운영 중인 로밍 관련 프로모션도 동일 조건으로 6개월 연장해 2026년 8월까지 운영한다.
콘텐츠 혜택으로는 OTT 서비스 2종 중 하나를 선택해 6개월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한다. 커피, 영화,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 생활 밀착형 제휴처를 중심으로 한 멤버십 할인도 6개월간 운영할 계획이다. 세부 제휴사와 할인 내용은 시행 전 별도로 안내된다.
아울러 KT는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안전·안심 보험'을 2년간 제공한다. 휴대전화 피싱·해킹 피해, 인터넷 쇼핑몰 사기, 중고거래 사기 피해 등을 보상하는 내용으로, 만 65세 이상 고객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된다. KT는 전담 상담센터를 운영해 위약금 면제와 보상 프로그램 관련 문의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번 보상안은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나왔다. 민관합동조사단은 KT 서버 3만3천여 대를 점검한 결과 94대가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됐고, 일부 구간에서는 문자와 통화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례'로 보고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KT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 차원의 '정보보안 혁신 TF'를 출범시킨다. 네트워크와 서버, 장비, 공급망 전반을 통합 관리하고 개인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을 전면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를 중심으로 한 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의 정기 보안 점검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5년간 1조 원 규모의 정보보안 투자를 통해 제로 트러스트 보안 체계 확대, 통합 보안 관제 고도화, 접근 권한 관리 강화, 암호화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KT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상 이행과 함께 근본적인 보안 체계 개선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