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앱) '캡컷(CapCut)'이 국내 사용자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PC 기반 전문 편집 툴 시장을 독점해 온 어도비가 진입장벽과 구독료 부담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사이, 캡컷은 '직관성'과 '무료'를 앞세워 일반 사용자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29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캡컷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7만48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3월(47만1580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캡컷은 올해 5월 89만명, 10월 92만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고, 현재 추세라면 연내 1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국내 이용자 상당수가 캡컷을 사실상의 '표준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캡컷은 모바일 앱으로 확산됐지만, 현재는 PC 환경에서도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윈도와 맥OS용 데스크톱 버전을 함께 제공하며, 모바일에서 촬영한 영상을 PC로 옮겨 편집하거나 PC에서 만든 결과물을 모바일로 이어 쓰는 방식의 사용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고사양 장비 없이도 일반 노트북에서 원활한 편집이 가능해, 유튜브 브이로그나 소셜미디어(SNS)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용자층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캡컷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캡컷은 이미 어도비를 압도하는 대중형 영상 편집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캡컷의 글로벌 모바일 MAU는 3억명을 넘어섰다. 반면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유료 구독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3000만~40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매출 규모에서는 여전히 B2B(기업 간 거래)와 전문가 시장을 장악한 어도비가 앞서지만, 실제 사용자 수 기준으로는 캡컷이 10배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대중 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업계에선 캡컷의 급성장 배경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꼽는다. 어도비의 프리미어 프로는 컷 편집이나 자막 삽입을 위해 일정 수준의 학습이 필요하지만, 캡컷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도 화려한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최적화된 기능이 주효했다. 영상 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하는 기능과, 유행하는 밈(Meme)을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템플릿 기능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즐기는 10·20·30대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들였다. 무료 버전만으로도 대부분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가의 구독료를 요구하는 어도비와 대비되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어도비 제공

위기감을 느낀 경쟁사들의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어도비는 지난 9월 아이폰용 '어도비 프리미어' 앱을 무료로 출시하며 모바일 시장 방어에 나섰다. 워터마크 없이 AI 기능을 제공하며 캡컷의 대항마를 자처했지만, 이미 굳어진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지난 4월 미국 내 틱톡 규제 이슈로 캡컷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AI 동영상 편집 앱 '에디츠(Edits)'를 선보였지만, 캡컷이 법적 공방 끝에 앱스토어에서 생존하며 영향력을 유지했다.

어도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텍스트 명령만으로 영상 편집과 생성을 수행하는 AI 도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의 복잡한 편집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도비 주가는 AI발 경쟁 심화 우려 속에 지난 1년 새 30% 이상 하락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상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휘발성이 강한 숏폼 시대에는 누가 더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즉시 결과물을 내놓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고퀄리티 작업을 위해 긴 렌더링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해 올리는 것이 조회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