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
내년 1월 6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의 주제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1995년부터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CES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로 불린다. 올해 행사에는 158개 국가에서 약 4500개 기업이 참가했고, 방문객은 14만2456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출시 예정인 제품이나 상용화가 임박한 차세대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라 '산업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CES 2026에 참가하는 기업 수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글로벌 500' 기업 중 약 320곳이 참가한다.
우리나라에선 약 900개 기업이 CES 2026에서 기술·제품·서비스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470곳이 산업통상부·코트라 등 38개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통합한국관'을 통해 CES 2026을 찾는다. 역대 최대(1031개 기업)를 기록하며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참여 기업이 많았던 올해 행사와 비교해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다만 내년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라 행사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CES 2026에서는 '혁신가들의 등장'이란 주제 아래 21개 분야의 기술이 소개된다. '확장현실(XR) 및 공간 컴퓨팅'과 '엔터프라이즈' 분야가 신설됐다. 올해와 비교해 ▲홈 엔터테인먼트는 '오디오와 비디오'로 ▲5G(5세대 이동통신)는 '넥스트 G'로 ▲스마트시티는 '스마트 커뮤니티'로 변화했다. 기존 포용성·다양성 주제는 '모두를 위한 혁신'으로 개편됐다.
내년 행사에 'CES 파운드리'가 신설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 AI·양자·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을 논의하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내년 1월 7~8일 이틀간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진행된다. 기술 콘퍼런스는 물론 관련 기업의 제품 시연과 네트워킹 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행사 전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조 연설자로는 11명이 참가한다. 개막 연설자로 참여하는 리사 수 AMD 회장을 비롯해 ▲롤랜드 부쉬 지멘스AG 회장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 ▲밥 스턴펠스 맥킨지앤컴퍼니 글로벌 회장 ▲조 크리드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 ▲야닉 볼로레 하바스 CEO 등이 AI가 접목되면서 달라지고 있는 산업·일상 등을 소개한다.
◇ AI 혁신 제품 대거 등장… XR·스마트홈 '주목'
CTA는 내년 행사의 핵심 트렌드로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를 선정했다. CTA는 36개 부문에서 출품작을 받아 별도 평가를 거쳐 '혁신상'을 수여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CES 2025 혁신상에 출품작 3600여점이 접수됐다. 로보틱스 분야 출품작 수는 올해 대비 32% 증가했고, AI 분야는 29% 많아졌다. CTA 측은 "AI가 산업을 변화시키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로보틱스 산업은 AI가 물리적 형태를 갖추는 기술 변화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지난달 이뤄진 1차 CES 2026 혁신상 발표에서 338개 제품이 선정됐는데, 이 중 208개가 한국 제품이다. 전체 수상작 중 18.5%가 AI 분야에서 나왔다. ▲디지털 헬스(16.6%) ▲차량 기술(11.8%)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전환(10.4%)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9.0%) ▲스마트홈(7.6%) 순으로 수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ES 2026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이효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미리 보는 CES 트렌드' 보고서를 내고 5대 키워드로 ▲피지컬 AI(AI가 센서·카메라 등을 통해 실제 세계를 인지해 직접 판단·행동) ▲공간 컴퓨팅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스마트홈을 꼽았다. CTA가 선정한 기술 트렌드에 더해 공간 컴퓨팅·스마트홈 분야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공간 컴퓨팅 분야에 대해 "진일보한 XR 기술이 부상하면서 차세대 기기와 산업별 적용 사례 등 폭넓은 혁신이 공개될 전망"이라며 "초경량·초몰입형 디스플레이와 핵심 부품 기술, 현실과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콘텐츠 경험 등을 중심으로 'XR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집중 조명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홈 부문 역시 다양한 기업이 혁신 기기를 공개하며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상무는 "AI를 통해 기기 간 상호연결성이 강화된 홈 솔루션이 소비자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보여주는데 (많은 기업이)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 혁신을 토대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맞춤형 제품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