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달리

KT 주주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요 외국인 주주인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지분을 확대해 3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주주들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가 고객·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대상 기업을 책임 있게 감시하고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정한 원칙)가 현실화될 경우 의결권 행사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CEO 선임 절차를 둘러싼 잡음과 맞물리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과 외국인 주주의 힘겨루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 외국인 대주주 3개사 지분율 15% 넘어

24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대주주인 웰링턴의 KT 보유 지분이 6.14%로 늘었습니다. 이번 지분 확대로 웰링턴은 지분 5.75%를 보유한 신한은행을 제치고 현대차그룹(8.07%)과 국민연금공단(7.54%)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웰링턴은 미국 보스턴 기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15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외국인 대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웰링턴을 포함해 티로우 프라이스(5%), 실체스터 인터내셔널(4.14%)의 지분까지 모두 합하면 외국인 대주주 보유 지분은 15.28%로 집계됩니다. 국민연금(7.54%)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신한은행(5.75%)의 합산 지분율보다 1.99%포인트(P) 높다는 점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표심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웰링턴의 지분 확대 속도도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5% 미만에서 시작한 지분이 올해 11월 말 5%를 넘겼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 이상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주총을 염두에 둔 포지셔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현대차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외국인 대주주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연대할 경우 힘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며 "현재 KT 외국인 지분율이 마지노선인 49%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웰링턴과 티로우프라이스, 실체스터 외에도 2~4%대 KT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 운용사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 "경영 공백 리스크 우려되면 스튜어드십코드 발동할 수도"

관건은 웰링턴을 포함한 외국인 대주주들이 내년 3월 주총까지 '관망'에 머물지,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등 적극적 의결권 행보로 전환할지입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지침입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이사회 투명성 문제, 경영 공백 장기화나 사회적 논란 등이 불거질 때 스튜어드십코드 발동을 통해 '단순 투자'에서 '주주 행동'으로 전환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주주 연대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동시에 국민연금이 CEO 선임 절차 논란을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도 핵심 변수입니다. 최근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현대차그룹 계열사 이사회 겸직 문제로 자격을 상실했다는 주장과 함께, '위법 절차로 진행된 CEO 선임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제기됐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내년 주총에서 차기 CEO 후보 선임이 불발될 경우 외국인 대주주들이 경영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주주로서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이달 중 해킹 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해 차기 CEO의 조기 등판이 필요한데, 외국인 대주주 주도로 내년 1월 중 임시주총 개최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상법상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류종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겸임교수는 "웰링턴이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보유지분을 확보한 걸로 보인다"면서 "내년 3월 주총 안건 확정 전에 회사 측에 대표이사 선임 반대나 찬성,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 같은 의결권을 주주 제안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