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내 공정 가스 대용량 통합 처리 시설인 'RCS'가 설치돼 있는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메탄(CHF₃)을 대체할 새로운 가스 개발에 성공했다. 삼불화메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으면서 공정 사용에 적합한 대체 가스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일본 가스 생산 기업 다이킨과 협업해 개발한 'G2'를 최근 공개했다. 양사는 일본 도쿄에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반도체 장비 전시회 '세미콘 재팬 2025'(SEMICON Japan 2025)에 참석해 대체 가스인 G2를 적용한 반도체 공정 등을 소개했다.

삼불화메탄은 반도체 웨이퍼 표면의 불필요한 부분을 화학적 방법으로 깎아내 원하는 회로 패턴을 만드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반도체 제조의 필수 소재인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기준에 따르면 삼불화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1만1700에 달한다. 이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1만1700배 높다는 의미다. G2는 삼불화메탄과 비교해 GWP 수치가 90% 정도 낮다. 삼성전자는 G2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정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식각 공정 설명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번 G2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반도체 식각 공정 가스의 대체재를 개발해 왔다. GWP 1만200인 옥타플루오로사이클로부탄(C₄F₈)의 대체 가스 G1은 2018년부터 공정에 도입됐다. GWP 7380인 사불화탄소(CF₄)의 대체 가스인 G3는 올해부터 공정에 적용됐다. G3는 사불화탄소 대비 GWP가 100% 낮다.

삼성전자는 이 대체 가스들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사와 다양한 후보 물질에 대한 평가·분석을 진행했다. ▲소재사 평가 ▲설비사 평가 ▲삼성전자 연구소 도입 평가 ▲양산 라인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선별된 대체 가스를 공정에 도입한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이 반도체 식각 공정 대체 가스 개발에 나선 건 '스코프 1'(Scope 1)을 줄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통제·운영하는 자산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스코프 1 배출량의 약 70%가 공정 가스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2년 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하고 2025년에는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해 대체 가스 도입과 함께 반도체 업계 최초로 공정 가스 대용량 통합 처리 시설인 'RCS'도 개발했다. 작년 1개 생산 라인에 RCS 4대를 추가 설치해 지금까지 총 52대가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3세대 촉매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 결과 과불화탄소(PFCs) 처리 효율이 97%까지 개선되었음을 검증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와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Scope 2) 절감 활동도 이어갈 방침이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 테크 블로그를 통해 "개발한 대체 가스를 '자체 라인'에서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업계에도 개방하고 있다"며 "반도체 공정 가스로 인한 탄소배출량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