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반도체 기업 메타엑스./메타엑스 홈페이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홍콩과 본토 증시를 겨냥해 전례 없는 기업공개(IPO) 행렬에 나섰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항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인프라 분야에서 기술 자립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매출 전망치와 향후 수익성 대비 기대치와 주가 상승 규모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장 열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과 홍콩 증시를 무대로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며, 수출 통제 속 국산화 드라이브를 자본시장으로 연결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타트업인 메타엑스는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수 배 뛰며 투자 수요가 집중됐고, 앞서 '대륙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무어스레드도 상장 직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국산화 기대가 단기 주가에 프리미엄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비런테크놀로지는 홍콩에서 IPO를 추진하며 수억달러 규모의 조달을 노리고 있다. 기존에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기술력, 해외 파트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중장기 연구개발 자금과 투자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쉬다웨이 베이징 진퉁 사모펀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중국 반도체 기업인 무어스레드와 캠브리콘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메타엑스는 향후 10~12배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메타엑스의 상장은 중국 기술주 랠리를 촉발하고 (반도체 기업의) 증시 상장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장 러시를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는 중국 반도체 산업 구조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GPU 개발 특성상 연구개발비와 생태계 투자가 관건인데, 상장은 초반 자금줄을 제공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조단위 대형 IPO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는 내년 1분기 상하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 기업 가치는 3000억위안(약 56조원)에 달하며, 조달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 확충에 투입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강자인 양쯔메모리(YMTC) 역시 본토 상장을 검토 중이며, 기업 가치는 400억달러(약 55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기가디바이스와 몽타주 테크놀로지는 내년 1월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통해 각각 최대 10억달러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과열 신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시장 점유율이 아직 제한적인데도 매출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이 거론되고 있다. 주가 급등이 현재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수준과 향후 수익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경우 언제 매출이 발생할 지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다수인데, 무어스레드나 메타엑스 등이 흑자 전환이 지연되거나 어려울 경우 거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 AI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IPO 열풍은 중국 AI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대와 리스크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며 "공모 시장이 열리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중국산 칩의 실사용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가 상승은 결국 버블에 불과했다는 평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