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최근 미국 주요 금융 파트너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중단 소식 등이 전해지며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외 증시는 변동성을 키웠지만, 글로벌 시장 데이터와 산업 현장의 지표는 오히려 AI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단기적인 과열 논란과 별개로 AI 시장이 매년 30%를 웃도는 고성장을 이어가며, 5년 뒤에는 현재의 5배 가까운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단순한 문답형 챗봇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마켓 인사이트(Statista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5년 2550억달러(약 377조원)에서 2030년 1조2190억달러(약 1803조원)로 5년 만에 약 4.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36.7%에 달한다.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만 시장 규모가 36.1% 확대되며, 이후 2030년까지도 매년 37% 안팎의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는 머신러닝과 자연어처리(NLP) 분야가 전체 AI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비전, AI 로보틱스, 자율주행·센서 기술 등이 뒤를 받치며 AI 기술의 적용 범위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특히 물리적 환경과 결합된 영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AI 도입이 연구·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산업 내부의 질적 변화도 뚜렷하다.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개입 없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 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전틱 AI 시장은 2025년 75억5000만달러(약 11조원)에서 2034년 1990억5000만달러(약 29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9년간 약 26배 확대되는 셈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43.84%에 이른다.

이는 전체 AI 시장의 성장 속도를 웃도는 수치로, 향후 AI 패권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모델 성능 비교에서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실행력'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장기 성장률을 가정한 전망치인 만큼,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 가능성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업계에서는 최근의 조정 국면을 '거품 붕괴'라기보다 '옥석 가리기'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석한 주요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은 여전히 AI를 최우선 투자 분야로 꼽았다. 다만 과거처럼 'AI'라는 이름만으로 자금이 몰리던 국면은 지났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니나 아차지안 인덱스 벤처스 파트너는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AI 수요는 매우 크지만, 단순한 기능 추가 수준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실질적인 투자수익률(ROI)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 출신의 피터 뎅 역시 "남들과 동일한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해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도 AI를 단순한 투자 테마가 아닌 국가 차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1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서 "AI는 단기적 과열 우려를 넘어 미래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을 이끌 확실한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또 "최근의 주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데이터와 AI 인프라 투자, 전문 인력 양성 등 구조적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