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연합뉴스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Waymo)가 신규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지금의 2배 이상인 1000억달러(약 148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보택시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달리고 있는 웨이모는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150억~200억달러(약 22조~30조원)의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모가 대규모 자금 조달 소식을 전한 날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차량에 탑승자가 없는 상태로 로보택시 주행을 시험 운행했다고 밝혔다. 오스틴에서 안전 운전자를 탑승한 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에 한 발 다가갔다는 기대감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3% 이상 상승해 장중 한 때 488.54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이 회사의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로보택시 사업 확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서 주가는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로보택시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국내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미국과 중국 기업에 비하면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 업계의 반대 등으로 생긴 각종 규제가 지난 10여년간 국내 로보택시 혁신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으로 만든 '타다 사태'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2018년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기사 알선이 가능하다'는 여객 운수사업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택시 업계는 이를 불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2020년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이 사업 모델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이해관계 충돌이 혁신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현대차 등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자율주행 수요응답형교통(DRT) 서비스'를 서울 상암 지역에 도입했다.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자율주행차가 최적 경로를 설정해 정해진 노선대로 움직여 사용자를 실어 나르는 대중교통 서비스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강남구에서 심야 시간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했지만, 현행법이 운전자 탑승을 전제한 조건부 자율주행인 레벨3로 제한된 탓에 완전 무인 자율주행은 실증도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법적으로 상용화됐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LA를 비롯한 5개 도시에서 2500대가 넘는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며, 주간 유료 운행 횟수는 지난달 기준 45만회로 연초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벤처캐피탈 타이거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모의 누적 운행 건수는 연말이면 2000만회를 넘어설 전망이다.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누적 자율주행 거리 25만마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100만마일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로보택시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바이두, 위라이드 등 중국 기업들은 베이징, 선전, 광저우 등에서 1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중국 로보택시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들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두는 미국 리프트와 손잡고 내년부터 영국과 독일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현재 운전자 탑승을 전제한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미국과 중국의 수준인 레벨4(완전 무인 자율주행)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내년까지 인구 50만명 이하 중소 규모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시범 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업계는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로보택시 상용화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 기업을 따라잡으려면 보다 강력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이미 운전자 개입 없는 레벨4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한 것을 토대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2년 뒤인 2027년에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테슬라가 일부 국가에서 선보인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이 최근 한국에도 상륙하면서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이미 미국과 중국에 3년 이상 뒤처져 있는데, 자율주행 생태계 형성에 필요한 제도와 규제 혁신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미국과 중국 기업이 각각 14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훈련하고 있지만, 한국은 본격적인 테스트조차 못하고 있다"며 로보택시 상용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정부가 택시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산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택시 시장은 지난해 약 30억달러에서 2034년 1900억달러(약 280조원) 규모로 연평균 51.4%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5년이면 미국 택시 시장 매출의 절반을 자율주행 택시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