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8일(현지시각) 개최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규제를 문제 삼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도 높은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와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에서 18일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회의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 2012년 체결된 한미 FTA에 따라 설립된 양자 협의체로, 올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투자 확대와 함께 미국 기업에 불리한 디지털 규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으로 무역 협정을 개정한 이후 처음 열릴 예정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조만간 한미 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비관세 분야에 대한 합의의 세부 이행계획을 국익에 가장 도움되는 방향으로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 움직임을 문제 삼아 회의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기존 통상 합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양국 관세 협상과 안보협의 최종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된 법률 및 정책, 특히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입법 추진을 견제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 등 미국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압박과 데이터 관련 조사를 규제 과잉이자 부당한 대우로 인식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이 규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는 '섹션 301(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국이 빅테크를 겨냥한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힘을 얻으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이던 온플법과 망사용료 법제화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심의 중인 구글과 애플의 1대 5000 축적 고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