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 인공지능(AI) 최고과학자를 지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AI 스타트업을 설립하기 위해 5억유로(약 86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르쿤 교수의 스타트업 가치를 30억유로(약 5조2000억원)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대부'로 불리는 르쿤 교수는 내년 초 프랑스 파리에 '어드밴스드머신인텔리전스랩스(AMI랩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르쿤 교수는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AMI랩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인물로는 프랑스 헬스테크 스타트업 나블라의 창업자인 알렉상드르 르브룅을 영입하기로 했다.
르쿤 교수는 AMI랩스에서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AI 모델인 '월드 모델' 연구와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간 르쿤 교수는 현재 생성형 AI 열풍을 이끌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은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기술에 불과해 인간처럼 추론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LLM의 대안으로 AI가 사람처럼 세상을 직접 관찰하며, 현실 세계의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월드 모델을 제시해왔다.
AMI랩스는 미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태생인 르쿤 교수는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AI 관련 행사에서 "실리콘밸리는 완전히 (LLM 기반) AI 모델에 빠져 있다"며 "그래서 이런 작업은 실리콘밸리 밖, 파리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쿤 교수가 12년간 몸담았던 메타는 투자자로는 나서지 않지만, AIM랩스와 파트너십은 체결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르쿤의 메타 퇴사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오픈AI와 구글 같은 경쟁사에 맞서 보다 강력한 LLM 기반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메타의 AI 전략을 전면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메타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20대인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를 영입해 르쿤 교수의 상급자인 최고AI책임자(CAIO)로 선임하기도 했다.
르쿤 교수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AI 대부'로 불리는 석학이다. 세 사람은 AI 분야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 과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공동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