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스팸 문자를 보내는 데 악용되는 '무효 번호'를 사전에 걸러내는 대량 문자 발신 검증 시스템을 17일부터 가동했다. 해지·정지된 번호로 발신 번호를 바꿔 대량 발송하는 불법 문자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과기정통부는 불법 스팸의 상당수가 이미 해지되거나 정지된 번호로 변작된 무효 번호에서 발송되는 것으로 보고, 통신사와 문자 중계사·재판매사와 함께 대량 문자 발신 번호의 유효성을 자동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동전화·유선전화·인터넷전화 등 약 1억8천만 개 번호를 대상으로 통신업계가 수시로 계정을 점검해 무효 번호와 연계된 발신 계정으로 판단되면 문자 전송 단계에서 즉시 차단된다.
지금까지는 사전에 무효 번호로 등록된 계정만 점검 대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변작 번호를 선제적으로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불법 대량 문자에 활용되는 번호 자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문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국제 문자 사업자에게도 국내 문자 사업자와 원칙적으로 같은 수준의 법적·기술적 의무를 부과하는 '해외발 대량 문자 사전 차단 기준'을 마련했다. 해외 사업자도 발신 번호 검증과 스팸 차단 의무를 지도록 해, 국내망으로 유입되는 국제 스팸 문자도 함께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단말기 단에서의 방어 조치도 병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사기 탐지 기능'을 국내에 도입해, 발송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악성 문자라도 휴대전화에 도착한 뒤 악성코드를 설치하려 하면 이를 차단하도록 했다. 번호·망·단말기를 아우르는 다중 방어망을 통해 스팸·사기 문자 근절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