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액은 1257억원으로, 지난해(1239억원) 수주액을 뛰어넘었습니다. 내년에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고객사가 많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이 본격 확장되고 있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파이브는 조 대표와 김종기 사업운영총괄(CSO) 등이 참석해 상장 계획과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세미파이브는 오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디자인 플랫폼 회사인 '세미파이브'를 창업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가 제조하고자 하는 반도체의 컴퓨터 연산 처리 구조를 설계하면 디자인하우스는 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생산할 수 있도록 물리적 설계 도면으로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세미파이브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팹리스가 더욱 빠르게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최적화된 자체 설계자산(IP)과 설계 자동화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세미파이브는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와 리벨리온, 모빌린트뿐만 아니라 한화비전, 샌디스크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가 보유한 '디자인 플랫폼' 서비스가 디자인하우스로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제조 수요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변화되고 있는데, 새로운 반도체를 제조하고자 하는 팹리스 고객사의 비용 부담과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플랫폼 경쟁력을 세미파이브가 갖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더 많은 반도체를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조하는 첨단 공정 비용과 개발 시간이 늘어나면서 팹리스의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인피니티 리서치에 따르면,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투입되는 비용은 5억4000만달러(약 8000억원)로 7㎚ 공정(2억9700만달러)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반도체 개발 기간도 설계부터 출시까지 평균 3.4년이 소요돼 빠른 출시가 어려운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조 대표는 "AI 시장에서는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며 "세미파이브는 어려워지는 설계와 급등하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 서비스로 빠르게 수주액을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상장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성장세를 구가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 법인을 마련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인재 영입도 속도를 높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14개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했고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도 60% 수준으로 지난해 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오는 2029년 최대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의 성장세는 과거보다 더 가파른 상황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60%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며 "확대되고 있는 수요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성장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9년 최대 1조원 매출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