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뚝심'이 통했다. 메타의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SNS) '스레드(Threads)'가 국내 이용자 수 6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옛 트위터)'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이어진 혼란을 기회로 삼아 출범한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의 강력한 연계 효과를 바탕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두 플랫폼의 경쟁은 단순한 SNS 점유율 싸움을 넘어 인공지능(AI) 전략과 생태계 주도권 다툼으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16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레드의 지난달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587만386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7월 서비스 출시 직후 97만6432명에 불과했던 MAU는 같은 해 말 163만6639명으로 늘었고, 2024년 말에는 462만8323명까지 확대됐다.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지며 2025년 들어 500만명대를 안정적으로 넘어섰고, 연말을 앞두고 600만명에 근접한 상태다. 2년여 만에 이용자 수가 6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X의 국내 MAU는 700만명 안팎에서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X의 MAU는 2023년 7월 623만3821명에서 올해 11월 718만6603명으로 증가했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여전히 X가 앞서 있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스레드가 훨씬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X가 정치·이슈·속보 중심의 고관여 이용자층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면, 스레드는 일상형·라이트 유저를 대규모로 흡수하며 저변을 넓히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메타가 최근 실적 발표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자료를 종합하면 스레드의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25년 하반기 기준 4억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서비스 출시 2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반면 X의 글로벌 MAU는 약 5억5000만~6억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절대적인 체급에서는 X가 여전히 앞서 있지만, 스레드는 분기마다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스레드의 급성장 배경으로는 인스타그램과의 계정·팔로워 연동 효과가 가장 먼저 꼽힌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고, 기존 팔로어 관계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초기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 여기에 메타가 정치·뉴스 콘텐츠 노출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하고 비교적 '조용한 공간'을 유지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인수 이후 X가 정치적 논쟁과 이념 갈등의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대안으로 스레드를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서비스의 경쟁 구도는 창업자 개인의 오랜 갈등사와도 맞물려 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AI 철학과 플랫폼 전략을 둘러싼 대립 속에서 한때 공개적으로 종합격투기(MMA) 대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실제 대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CEO 간 경쟁이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상징적·개인적 차원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플랫폼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해 X로 재편하며 '표현의 자유'와 '슈퍼앱' 구상을 전면에 내세우자, 메타는 이듬해 트위터와 유사한 텍스트 기반 SNS인 스레드를 전격 출시했다. 출시 직후 머스크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하며 "베꼈다"고 반발한 장면은 두 사람의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경쟁은 AI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는 X의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업 xAI를 설립하고 생성형 AI 모델 '그록(Grok)'을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저커버그는 '라마(Llama)'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스레드 전반에 AI 기능을 통합하는 전략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