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콘의 엣지 AI 가속기 쓰위안 220 제품./캠브리콘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캠브리콘이 내년 생산량을 3배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SMIC의 제한된 생산 능력이 반도체 굴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IC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심화되면서 중국 화웨이 등의 AI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1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내부에 SMIC 공정을 활용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캠브리콘의 생산량 증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블룸버그는 캠브리콘이 화웨이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AI 반도체 생산량을 3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두 기업은 모두 SMIC의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 7㎚ 이하 파운드리 공정 역량을 보유한 기업은 SMIC가 유일하다.

'중국판 엔비디아'라고 불리는 캠브리콘은 2016년 중국 최대 국립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CAS)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중국의 1세대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화웨이가 자체 칩 개발에 나서자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틀면서 엔비디아뿐 아니라 옛 고객사이던 화웨이와도 AI 칩 내수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매출이 17억2680만위안(약 3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가까이 늘었다. 캠브리콘의 3분기 순이익은 5억6700만위안(약 118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억9400만위안(약 407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캠브리콘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의 중국 수출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중국 정부의 자국 AI 반도체 사용 장려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등 첨단 반도체 수출을 허가하면서 수출 규제를 다소 완화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AI 산업 주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국 AI 칩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화웨이도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경쟁이 불 붙은 상황이다.

다만, 화웨이와 캠브리콘의 AI 반도체를 제조하는 SMI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MIC는 첨단 반도체 장비 수입이 제한돼 설비 투자에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구형 장비를 첨단 공정에 적용하면서 수율이 낮아 적기에 정해진 물량을 생산하는 데 제한이 따르고 있다. 특히, 7㎚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입이 불가능해지면서 구형 장비로 이를 대체해 수율 제고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SMIC의 첨단 공정 역량이 제한적이어서 캠브리콘 등의 야심찬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핵심 장비와 부품 수입 제한으로 생산량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SMIC의 N+2 공정은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첨단 공정 수율은 20% 내외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SMIC가 생산 능력과 수율 모두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캠브리콘의 대규모 칩 생산량 증대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