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닉스가 프랑스 파리 북부 생드니에 운영하고 있는 PA10 데이터센터 모습. 에퀴닉스는 이 곳에서 나오는 열을 인근 지역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Equinix

한국의 제한적인 전력 공급, 부지 부족 등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가 인공지능(AI)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는 16일 한국의 AI 도입과 기술 전략을 좌우할 '2026년 6대 디지털 인프라 트렌드'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퀴닉스는 "전 세계에서 AI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증가, 수도권의 전력과 부지 제약, 데이터 주권 규제 강화를 비롯한 다양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했다.

한국은 정부의 엔비디아 GPU 26만개 조달 계획에 힘입어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스타트업 전반에서 GPU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에퀴닉스는 "그러나 수도권 지역에서의 제한적인 전력 공급, 밀도 제약, 인허가 복잡성, 부지 부족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AI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PIPA),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의 규제로 인해 전 세계에서 주권에 대한 민감도가 특히 높은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고도 덧붙였다. 에퀴닉스는 "의료, 생명과학 데이터에 대한 규제와 한국형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국내 AI 학습과 추론에 대한 수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전 세계적인 대규모 장애 사태로 내년에는 무중단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핀테크, 이커머스 등의 산업은 저지연 환경, 멀티클라우드 지원, 중립적인 상호연결 등을 필요로 하지만, 기존 인프라만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비스 품질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독도 강화되고 있어, 기업은 보다 높은 수준의 이중화와 운영 회복 탄력성을 갖춘 인프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에퀴닉스는 진단했다.

또 제조업에 강점을 지난 한국이 AI 기반 가치 창출을 통한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에퀴닉스는 "제조 기업들이 민감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AI 생태계에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코로케이션 환경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아키텍처는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