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CEO 최종 후보 선출을 앞둔 KT./뉴스1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을 앞두고, 올해 통신 업계를 강타한 '해킹'이 중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3명으로 압축된 차기 CEO 후보 가운데 2명이 과거 해킹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영섭 KT 사장이 해킹 사고를 계기로 연임 도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과거 해킹 사고와 연관된 인물을 차기 CEO로 뽑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KT 차기 CEO 단독 후보가 결정된다. 최종 면접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이다. KT 안팎에서는 차기 CEO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올해 일어난 '해킹 사고' 수습을 꼽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KT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신임 CEO로 과거 해킹 사고와 연관된 인물을 뽑을 경우, 후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영섭 사장이 연임을 포기한 상황에서 차기 CEO를 과거 해킹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로 선임하는 건 모순"이라며 "KT 이사회에서 이런 인물을 후보로 확정한다고 해도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총에서 불발 시 CEO를 다시 선임해야 하므로, 경영 공백 상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KT 차기 CEO 후보 3인 중 주형철 전 대표는 과거 해킹 사고를 직접 겪은 장본인이다. 주 전 대표는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해킹 사고 당시 CEO였다. 이 사고는 350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사고로 ID,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돼 물의를 빚었다.

주 전 대표는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과 보안 강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회사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16년 상장폐지됐다.

홍원표 전 부회장은 SK텔레콤의 보안 외주사인 SK쉴더스 수장 출신이다. 당초 홍 전 부회장의 SK쉴더스 대표직 임기는 올해 7월까지였지만 SK텔레콤 해킹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4월 30일 돌연 사임을 결정했다. 당시 SK쉴더스는 홍 전 부회장의 사임은 SK텔레콤 관련 보안 이슈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SK쉴더스가 SK텔레콤 보안 외주업체로서 간접적인 책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이 있다. SK쉴더스 측은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의 유심 시스템은 계약된 영역이 아니었고,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공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K텔레콤의 정보보호부문 전담인력은 내부 인력이 46명, 외주인력이 176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주인력 가운데 80~100명이 SK쉴더스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I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시스템 보안 관리를 맡은 SK쉴더스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건 일종의 모순"이라고 했다.

류종기 한국기업보안협의회 이사는 "해킹 사고로 인한 기업 신뢰도 훼손은 경영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주는데, KT가 차기 CEO 선임을 두고 이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보안 사고의 처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리고 후보자들이 이를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통신 업계는 이제 해킹 포비아를 넘어 보안과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