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CEO) 자리를 놓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격돌한다. 최종 CEO 후보 3명 중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KT에서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는 외부 출신이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과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은 KT 출신이다. 다만, 박 전 사장은 KT를 떠난지 5년, 홍 전 부회장은 18년이 됐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 임직원 1만4000명·종속회사 83개 단기간 파악 어려워

KT는 올 상반기 기준 1만4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는 재계 13위 회사다. 연결대상 종속회사만 83개다. 연 매출 26조원이 넘는다. KT 출신 고위 관계자는 "외부인이라면 복잡한 KT를 숙지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1년 반 이상, 그룹사까지 감안하면 최소 2년 반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 인재 영입이 전문성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KT가 지금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내부 출신이 외부 출신보다는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속한 해킹 사고 수습, 조직문화 재건,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외부 출신은 내부 혁신이 정체되고 부패될 때 필요하지만, 현재 KT에 필요한 것은 조직 하부까지 관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부 출신이었던 김영섭 현 KT 대표 역시 선임 당시에는 LG CNS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험이 KT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해킹 사고 수습은 내부 소통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KT가 지난 6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프로젝트 역시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와 불공정 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국가 통신망으로서 KT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 낙하산 논란 피해야… "임원 25% 신규 영입 전례도"

KT 안팎에서 낙하산 논란이 우려되는 CEO 후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외부 출신이 CEO에 선임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KT 출신 한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외부에서 영입된 KT CEO는 황창규 전 회장, 이석채 전 회장, 김영섭 사장"이라며 "황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낙하산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전했다.

구현모 전 대표는 이번 대표이사 공모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KT의 역사도, 문화도,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과 책임도 모르는 분들은 (대표 공모) 참여를 자제해달라"며 "(지난 3년 동안) KT의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임원들이 경영진에 들어왔고,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체 임원의 4분의 1 이상이 외부에서 영입됐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 출신이 아닌 낙하산 논란이 제기된 인사가 수장이 되면 정권 보은성 인사로 시간과 자산이 허비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지체할 수 없는 AI 전환… "B2B 성장 속도 내야"

통신업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은 한정된 내수 시장으로 성장이 제한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단통법까지 폐지했지만,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통신사들이 모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KT가 지난달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 전체 매출에서 7%의 비중을 차지하는 AICT(AI+ICT) 비율을 2028년까지 19%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공 IT 고도화 등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금융권의 AI 도입 등에서 차세대 시장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KT CEO 후보 3명 중 B2B 사업 경험이 있는 인물로는 박 전 사장과 홍 전 부회장이 꼽힌다. 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는 "(KT 차기 CEO는) 정체된 B2C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B2B로의 전환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