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공룡' KT를 이끌 차기 대표이사(CEO)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CEO에 도전한 33명 중 지난 9일 압축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등 3명이 오는 16일 최종 면접을 거쳐 최종 1명이 CEO 후보가 될 예정이다.

1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CEO 후보 3명에게 면접 시간, 장소, 준비 사항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는 직무 수행 계획서를 바탕으로 KT의 성장 비전을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20~30분 분량으로 발표한다. 직무 수행 계획서는 회사 경영 비전, 방향,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기업가치 제고, 전사적 위기 관리를 포함해 대내외 신뢰 확보와 협력적 경영 환경 구축 등에 대한 생각을 포함한다. 발표 이후 이사진의 질문이 이어지며, 1인당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정서희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낙하산,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현지 누나'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KT 신임 수장 선정에도 낙하산 논란이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는 올해 총 368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무단 소액 결제가 발생해 2만2227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KT 자체 조사 결과에서 무단 소액 결제 피해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5일이다. 회사는 사이버 침해 사실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지난 9월 8일 신고했다.

사실 해킹 사고 발생 전까지만 해도 KT의 주가는 5만원대 후반에 이르고,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148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해킹 변수가 남아있는 4분기는 만만치 않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KT는 단기적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결정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해킹 여파로 인공지능(AI) 사업도 주춤한 상황이다. KT는 통신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IT 역량을 강화해 AICT(AI와 ICT를 합친 합성어)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소버린 AI' 사업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향후 5년간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프로젝트와 관련해 불공정 계약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해킹 사고 조사과정에서 고의 은폐, 축소 정황이 발견돼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 마련, 고객 신뢰 회복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KT는 회사 발전을 위한 인물보다는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수장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KT가 필요로 하는 리더는 외부 혁신가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이끌면서 조직의 비공식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내부 조정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