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구글 유튜브 뮤직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유튜브와의 결합 구조가 해제됐다. 이에 유튜브는 단독으로 분리된 상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으로, 유튜브 뮤직 없이 유튜브만 구독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게 됐다. 이 가운데 스포티파이와 멜론은 잇달아 각각 네이버, SK텔레콤과 '슈퍼 번들'을 내놓으며 음원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인 '유튜브 라이트'를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동의의결안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여부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구글은 그간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과 음악을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4900원) 상품과 음악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월 1만1900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동영상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지 않아 '뮤직 끼워팔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새로 출시될 유튜브 라이트는 ▲광고 제거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저장을 제공한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라이트 요금은 월 8500원으로 기존 프리미엄(1만4900원)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라이트 요금은 국가별로 소득·물가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되는데 프리미엄 대비 라이트 요금 비율은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파악했다. 또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1년간 동결하고, 향후 4년간 프리미엄 대비 라이트 요금 비율을 다른 국가보다 높지 않게 유지하기로 했다.
유튜브 뮤직과 유튜브의 결합이 처음으로 분리되면서 음원 시장의 선택 폭이 넓어지자, 스포티파이와 멜론은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며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튜브 뮤직의 공정위 제재 결정 다음 날 스포티파이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에 스포티파이 유료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앱에서 곡이나 앨범을 검색하면 스포티파이 플레이어로 바로 재생되며, 네이버 지도·내비게이션에서도 앱 전환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연동한 것이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4일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 우주'(월 9900원)에 멜론을 합류했다고 밝혔다. T우주 가입자는 멜론 모바일 스트리밍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 스피커·PC 등 기기 제한을 해제하려면 월 1000원을 더 내면 된다. 또 T우주 내 OTT, 음악, 쇼핑,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구독 서비스를 하나의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 음원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의 결합 해제로 가장 크게 수혜를 입을 플랫폼으로 스포티파이를 꼽고 있다.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유튜브 라이트(8500원)와 네이버 멤버십(4900원)으로 구독을 전환할 경우 월 1만3400원이라는 더 저렴한 가격에 유튜브, 스포티파이와 함께 네이버플러스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슈퍼 번들'의 부상은 지니·플로 등 토종 음원 플랫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비스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음원 시장 특성상 가격·혜택 차이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음원 서비스가 통신·쇼핑·영상과 묶인 구독 번들 경쟁으로 흘러가면서 토종 플랫폼의 설자리는 더 줄어들고 있다. 특히 국산 플랫폼은 음원 유통을 병행하며 중소 기획사에 선급금을 지급하는 등 제작 생태계의 기반 역할을 해왔으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면 투자 여력이 줄어 인디·중소 기획사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결합 요금제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는데, 라이트 요금제 출시로 유튜브만 구독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며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며 "네이버와 손을 잡은 스포티파이가 음원 시장에서 얼마나 힘을 쓸지 관심이 쏠리나, 유튜브 뮤직이 장기간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아 온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