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촌동생 야라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술을 마신 운전자는 아무 책임도 의식하지 않은 채 운전대를 잡았고,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생을 끝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디와이엠 터치 앤 드라이브(DYM Touch & Drive)의 도르 헬러 자벨 대표는 이렇게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도로 위 사고의 '인간 요인'을 기술로 통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며 "운전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경제무역대표부 타마르 코셔 마론 대표가 이스라엘 Edge&AI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주한이스라엘대사관 제공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경제무역대표부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에서 센서·영상·반도체 등 온디바이스(on-device) 환경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이스라엘 기업들의 기술을 한국 시장에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실시간 판단과 처리를 수행하는 '엣지 AI' 기술을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DYM센서./DYM 제공

디와이엠(DYM) 터치 앤 드라이브는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호흡, 침, 채혈 없이 광학 방식으로 실시간 감지하는 비접촉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차량용뿐 아니라 의료 분야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글로벌 통신·보안 기업 보다폰이 주요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으며, 차량 보안 기업들과 파일럿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사후 단속이 아닌 사전 차단 목적의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자벨 대표는 "운전자가 스스로를 과신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지금은 운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주는 구조"라고 말했다.

영상 분야에서는 비저너리 에이아이(Visionary.ai)가 AI 기반 영상 처리 기술(ISP)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어두운 노트북 화면, 역광 환경, 야간 CCTV, 드론·의료용 내시경 영상 등 다양한 환경에서 영상의 밝기, 색감, 선명도를 실시간으로 개선한다. HDR(고명암비) 환경에서 얼굴이 어둡게 뭉개지는 현상도 보정할 수 있다. 화상회의용 노트북과 웹캠에서는 영상 품질을 개선하고, 모바일에서는 저가형 스마트폰 카메라도 야간 영상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 카메라에서는 야간에도 컬러 영상 기반 객체 식별이 가능하고, 드론에서는 진동·바람·비 등에 따른 영상 왜곡을 AI로 보정한다. 의료용 내시경에서는 더 낮은 조도에서도 정밀한 영상 확보가 가능해 더 적은 침습의 수술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자먼 시니어 부사장은 "이 기술은 이미 한국 보안카메라 업체들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퀄컴, 레노버 등 글로벌 IT 기업 제품에도 탑재돼 있다"며 "실시간 영상 처리 기술은 로봇, 자동차 인캐빈(In-cabin) 카메라, AR·VR 기기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폴린 테크놀로지(POLYN Technology)가 아날로그 뉴로모픽(뇌신경 모방) AI 기술을 소개했다. 폴린 테크놀로지는 이스라엘, 영국, 미국, 프랑스에 연구팀을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센서에서 들어오는 원시 데이터를 디지털 변환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즉시 AI 연산하는 초저전력 칩을 개발하고 있다. 마케팅 총괄 부사장 유진 제체로프는 "폴린의 NASP(Neuromorphic Analog Signal Processing)는 학계의 이론과 산업 현장의 요구를 결합한 기술"이라며 "초소형·초저전력·저지연 환경에서도 딥러닝 연산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처럼 무겁고 전력 소모가 큰 AI 칩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라고 덧붙였다.

폴린 테크놀로지가 현재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스마트 타이어'다. 타이어 내부에 이 반도체를 삽입해 노면 상태와 접지력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이를 제동·차체 자세 제어·자율주행 시스템에 즉시 반영하는 구조다. 회사 측은 현재 현대자동차, 기아 등 한국 완성차 업체와 차량 적용을 두고 협업을 논의 중이며, 한국타이어와도 타이어 적용 가능성을 놓고 논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