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이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이 인기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복잡한 조작 없이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스낵 컬처'에 익숙한 젊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방치형 게임은 대규모 MMORPG를 제작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에서 개발해 왔으나, 이제는 대형 게임사도 해당 장르에 뛰어들고 있다.

9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넥슨의 모바일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플 키우기'는 넥슨과 에이블게임즈가 공동 개발한 작품으로, 지난달 6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특히 이 게임은 메이플스토리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에 자동전투 기능을 도입해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방치형 RPG는 최소한의 조작으로 자동으로 재화가 증가하는 게임을 말한다. 보통 플레이어가 사전에 전략을 구성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조작의 능숙함보다 오래 접속할수록 캐릭터가 성장하는 구조이며 플레이어의 개입이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간 방치형 게임은 짧은 개발 기간과 적은 투자 비용으로 소규모 마니아 층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 게임사가 주로 도전하던 장르였다. 주로 게임 내에서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방치형 게임은 2020년 이후 이용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녭튠은 방치형 게임 '고양이 스낵바'의 인기로 올 3분기 매출 76억7000만원, 영업이익 15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18% 증가했다. 네오위즈는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의 인기로 올 3분기 매출이 1274억원, 영업이익이 2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310% 증가한 바 있다.

넥써쓰는 소울 드래곤 리미티드의 방치형 RPG '어메이징 컬티베이션'을 지난달 말 크로쓰 플랫폼에 온보딩했다. 그라비티는 지난 5일 방치형 RPG '라그나로크 아이들 어드벤처 PLUS'를 원스토어와 갤럭시 스토어에 정식 론칭했다.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방치형 게임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비중은 2020년 1.7%에서 지난해 기준 16%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MMORPG 비중은 20%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방치형 RPG의 인기 배경으로 짧은 시간에 즐기는 '스낵 컬처'의 유행을 꼽는다. 모바일게임 주 소비층인 MZ 세대에게 숏폼과 같이 짧은 시간에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방치형 게임도 인기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자금력과 AAA급 게임을 보유한 대형 게임사는 기존 인기 IP를 방치형 장르와 결합하는 식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넥슨의 메이플 키우키와 같이 리니지 IP를 활용한 엔씨소프트의 '저니 오브 모나크'와 일본 격투게임 IP를 활용한 넷마블의 '킹 오브 파이터즈 AFK'가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2023년에도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방치형 장르는 개발 기간이 짧아 트렌드에 맞춰 내기 편하고 기획도 공식화돼 있어 개발 자체가 수월하다"며 "다만 진입 장벽이 낮지만 수명이 길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안정적 수익을 위해선 계속 신선한 콘텐츠를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