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3명(가나다순)은 박윤영 전 KT 사장, 주형철 전 대통령실 경제보좌관(전 SK컴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이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지난달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비대면 면접을 실시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제출 서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심층 면접 대상자 3인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심층 면접일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KT 내외부에서는 오는 16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 요건에 따라 이날 △기업 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기준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KT CEO 면접 대상에 오른 7명은 △김철수 전 KT 스카이라이프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CS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주형철 전 대통령실 경제보좌관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이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토목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KT가 한국통신이던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로 이직했다가 다시 KT로 돌아왔다. 이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컨버전스와 미래 사업, 기업 사업 등을 맡으며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사업 참여 경험도 많다. 박 전 사장은 2019년 말 황창규 전 KT 회장을 이을 새 CEO 선출 과정에서 구현모 전 대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구현모 전 대표가 최종 CEO로 올라선 뒤 '투톱 체제'를 유지하다 2020년 12월 KT를 떠났다. 박 전 사장은 B2B에 강해 AI 사업화에는 강점이 있겠지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직접적으로 해본 경험은 없다. 또 회사를 떠난 지 5년여의 공백이 있다.
주형철 전 대통령실 경제보좌관은 최종 면접 후보 중 유일한 KT 외부 출신이다. 1965년생인 주형철 전 대통령실 경제보좌관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9년 SK그룹에 입사해 통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SK텔레콤 유비쿼터스 총괄을 맡았고, SK C&C 기획본부장과 글로벌사업실장을 거쳐 2008년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대표를 맡아 싸이월드 이용자를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1년 싸이월드·네이트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정보가 유출되며 회사를 떠났다. 이 때문에 해킹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해킹을 수습해야 하는 KT 수장에 오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주 전 보좌관은 기술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주 전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차관급)을 역임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및 사회제도혁신위원장,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외에도 경기연구원장,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 부본부장 등을 지냈다. 다만, KT에 대해 정치적 중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 전 보좌관이 여권 인사라는 인식은 부담 요소다.
1960년생인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통신·IT 전문가다. 미국 벨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KT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 KT에서 전무까지 지내며 이동통신 사업 경험을 쌓았다. 2007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모바일사업부 글로벌 제품전략 부사장,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맡았고, 2015년 삼성SD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AI·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사업과 디지털 전환(DX)을 이끌었다. 2021년 고문을 거쳐 2022년 고려대 석좌교수, 2023년에는 SK쉴더스 대표이자 부회장을 맡아 물리·정보보안을 아우르는 융합보안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통신 R&D부터 모바일, 플랫폼, AI, 클라우드, 보안까지 ICT 전 영역을 경험한 '풀스택' 경영자로, 최근 KT CEO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도 보안 리더십과 대내외 신뢰 회복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KT를 떠난 지 20년 가까이 지난 만큼 달라진 조직 문화와 내부 생태계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향후 과제다. 또한 그가 SK텔레콤 해킹 사고 직후 SK쉴더스 부회장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홍 전 사장은 사임이 해킹 사태와 관련 없는 일신상 이유라 밝혔지만, SK쉴더스가 SK텔레콤 보안 관제 및 다양한 정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일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KT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 결과 사내 후보, 전문 기관 추천 등을 포함해 총 33명의 후보가 대표이사 후보군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인선자문단을 거쳐 위원회는 후보를 16명으로 압축했다. 지난 2일에는 기존 16명 후보를 7명으로 추렸다.
김용헌 KT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대표이사 후보 절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3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연내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선정된 후보는 차기 주주총회를 통해 KT 대표 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1인 후보가 선정된 후 주주총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