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업체 YMTC가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YMTC 제공

중국 낸드플래시 기업 YMTC가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정면 소송에 나선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YMTC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YMTC는 자체 기술을 내재화하는 등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첨단 낸드플래시 제조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YMTC는 중국군과 협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 명단에 자사가 포함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이달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기됐으며, YMTC는 법원에 해당 명단의 효력을 중단시키고 지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는 2024년 1월 YMTC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군 관련 기업' 목록에 올렸고, 올해 초 그 지정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YMTC는 미국의 기술력이 포함된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의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YMTC는 낸드를 제조해 양산하는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YMTC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8.1%다. 1위 삼성전자(31.9%), 2위 SK하이닉스(16.6%), 3위 마이크론(15.4%), 4위 키옥시아(14.6%), 5위 샌디스크(12.9%)에 이은 6위다. 미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YMTC의 설비 투자 규모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MTC가 미국의 규제를 받게 된 배경에는 애플이 아이폰에 YMTC의 메모리 탑재를 검토할 만큼 기술 성장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술력이 오르자 미국 정부가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번 소장에서도 YMTC는 미 국방부가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자사가 연계돼 있다고 결론 내리는 과정에서 '오래되고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했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중대한 재정적·평판상의 손해'를 비롯해 미국 파트너와의 거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YMTC는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기술적 한계를 돌파해 왔다. 특히, 200단 이상 낸드를 제조하는 장비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YMTC는 한 번에 낸드를 쌓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낸드를 이어 붙이는 자체 기술인 'X태킹'을 개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YMTC의 해당 적층 기술 특허를 활용해 400단대 낸드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력이 검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YMTC는 이러한 적층 기술을 바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겠고 밝히면서 중국 D램 기업 CXMT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중국 반도체 굴기를 이끄는 상징적인 기업이 됐다.

다만, YMTC가 낸드 단수가 올라가는 등 첨단 장비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미국의 규제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X태킹4까지 개발하면서 기술을 계속 고도화 해왔고 하이브리드 본딩도 낸드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YMTC의 기술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