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이 메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라마4'(Llama4)를 사내에 도입한 지 약 8개월 만에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가우스'(Gauss)를 O4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며 '이미지 인식·분석' 기능을 추가하는 등 사용성을 높였다. 그간 삼성전자 내부에서 외부 AI 모델 사용은 보안을 이유로 범위가 제한됐지만, 라마4의 경우 라이선스 계약이 문제로 불거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 '라마4'의 사용을 종료하고 '가우스O4' 모델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내 업무 보조용 AI인 'DS어시스턴트'에서 라마4는 지난달 28일부터 빠졌고, 가우스O4가 지난 1일 적용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가우스로만 운영되던 DS어시스턴트에 라마4를 적용했다. 한 달 뒤 구글 '젬마3'(Gemma3)와 마이크로소프트(MS) '파이4'(Phi-4)도 추가로 도입하며 DS어시스턴트를 '멀티 모델 환경'으로 개편했다. 폐쇄형 운영 기조를 깨고 반도체 개발에도 생성형 AI를 도입해 업무 전반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삼성전자가 사내에 도입한 미국 빅테크 AI는 전체 구조가 공개돼 자유롭게 사용·수정·배포·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이다. 다만 메타는 라마4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7억명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는 별도의 라이선스(사용 허가 계약) 승인을 받도록 제한했다. DS부문뿐 아니라 가전·스마트폰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7억명 이상 고객을 보유한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메타 측도 삼성전자에 라마4 사용에 주의를 당부한다는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사내 공지를 통해 라마4 사용 자제 권고를 전달한 바 있다. 이후 내부 검토 끝에 최근 메타와 라마4 사용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메타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라마4를 대체할 모델의 개발도 이뤄져 사용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라마4를 사내 업무용 AI에서 빼는 대신 자체 모델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DS부문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인 AI센터가 개발해 이번에 사내 도입한 가우스O4 모델은 자체 평가 결과 이전 버전 대비 정확성·응답속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I 에이전트 형태로 전환도 수월해 세부 조정 작업 후 부서·직군별 맞춤형 업무 보조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AI센터는 특히 이번 모델에 이미지 인식·분석 기능을 처음으로 추가하며 직원들의 사용성 향상을 노렸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외부 AI 도입은 제한을 둘 방침이다. 자체 AI 성능 향상과 온프레미스로 구축할 수 있는 모델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내 AI에 '현존 최고 수준의 모델'(SOTA·State-of-the-Art)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사내 공지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