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비전옥스, CSOT 등 한국,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내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8.6세대 OLED 생산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대량 양산의 핵심 디스플레이 장비인 OLED 증착기 시장이 내년 정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통의 강자인 일본 캐논 토키가 삼성디스플레이 독점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선 선익시스템이 중국 BOE에 납품 규모를 늘리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회사의 장비 셋업에 따라 비전옥스, CSOT과 LG디스플레이의 8.6세대 OLED 장비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 토키를 비롯해 주요 OLED 장비사에 대한 발주를 끝낸 상황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장비 설치와 셋업, 양산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대당 약 1조원에 달하는 캐논 토키 증착기의 구매를 확정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6세대 OLED 생산 과정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였던 캐논 토키 장비를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캐논 토키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경쟁에 뛰어든 선익시스템은 BOE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지난해 BOE에 8.6세대 OLED 증착기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에도 추가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는 정식 발주(PO) 이전에 구매의향서(LOI) 단계로 매출로 인식되는 건 내년 본격적인 설치와 검수 등이 진행되는 시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OLED 증착은 유기물을 가열해 기판에 발광층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쉽게 말해 OLED 디스플레이 화소를 만드는 것이 증착기이기 때문에 핵심 장비로 꼽힌다. OLED 증착기는 그동안 캐논 토키가 시장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현재 주력인 6세대 OLED 라인에는 대부분 캐논 토키 장비가 깔려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사도 일부 6세대 OLED 증착기를 공급하고 있으나 품질과 성능 측면에서 캐논 토키가 가장 앞선 지위를 유지해왔다.
관건은 8.6세대 증착기 시장에서도 캐논 토키가 글로벌 리더 지위를 지킬 수 있는지 여부다. 특히 선익시스템의 경우 지난해부터 BOE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고, 올해 추가 수주까지 성공하면서 중국산 OLED 굴기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BOE가 내년 고난도 기술 중 하나인 '투스택 텐덤' OLED 패널 양산에 안착할 경우 선익시스템의 입지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BOE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투자에서도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비전옥스, CSOT 등도 잇달아 8.6세대 투자를 진행 중이며, 추후 LG디스플레이 역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해당 기업들이 핵심 장비인 증착기 발주를 캐논 토키와 선익시스템 중 어디에 맡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IT용 OLED 출하량은 올해 2400만대에서 오는 2029년 53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별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뒤를 LG디스플레이, BOE, 비전옥스(Visionox) 등이 추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