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에 딥시크(Deepseek), 챗GPT(ChatGPT), 코파일럿(Copilot), 퍼플렉시티(Perplexity), 제미나이(Gemini) 등 인공지능(AI) 앱 아이콘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국내 생성형 AI(인공지능) 생태계가 빠르게 포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 서비스인 챗GPT 이용자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구글 제미나이와 앤트로픽 클로드도 뚜렷한 확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가 일시적 상승을 기록했지만 AI 시장이 이미 '쓸 사람은 다 쓰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의 국내 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330만명으로 집계됐다. 사용자 규모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실제로 챗GPT MAU는 3월 509만명에서 4월 1072만명으로 한 달 새 110% 가까이 급증했지만, 이후 증가 폭은 7월 1129만명(+5%), 8월 1203만명(+6%), 9월 1280만명(+6%) 수준에 머물렀다. 10월(+2%), 11월(+2%)로 갈수록 증가율은 더 낮아졌다. 특히 신규 진입 지표인 '신규 설치 기기 수'는 4월 466만대에서 11월 84만대로 7개월 만에 약 82% 감소했다.

글로벌에서도 동일한 흐름이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챗GPT의 글로벌 다운로드 증가율이 연간 85%로 전체 생성형 AI 앱 평균(110%)보다 낮았으며, 8~11월 글로벌 MAU 증가율도 약 6%에 그쳤다고 밝혔다. 센서타워는 "챗GPT는 이미 최대 시장을 확보한 만큼 성장 여력이 점차 줄어드는 포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경쟁 서비스들도 국내에서 뚜렷한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제미나이는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바나나(Nano Banana)' 출시 이후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MAU가 30% 증가했다. 반면 국내 모바일 이용자 규모는 7~8월 9만명대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6만6974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신규 설치 역시 7월 24만여건을 정점으로 10월 이후 19만~24만건대에서 정체됐다.

앤트로픽 클로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국내 MAU는 14만9708명으로 증가했지만, 7월 대비 약 3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성장세는 아니다. 텍스트 중심 경쟁력이 강점이지만, 국내에서 사용자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비디오 생성 수요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서비스하는 그록도 초기 반짝 상승 이후 추가 확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록의 국내 MAU는 3월 7만명에서 4월 19만명으로 단기간에 급증했고 10월에는 48만명까지 늘었지만, 지난달 47만9369명으로 소폭 줄었다. '성인·스파이시 모드'와 영상 생성 기능을 앞세워 단기적인 유입은 성공했으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의 다음 경쟁은 기업용인데, 실제 업무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품질과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